HEO (해오) [Structure]
싱어송라이터 해오의 두 번째 정규앨범 [Structure].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두 번째 정규앨범 [Structure]는 다소 충격적이다. AOR 사운드 위에 80년대적 낭만을 노래했던 데뷔앨범, 그리고 드림팝과 포스트락의 느낌이 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일관한 이번 앨범. 그 차이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이러한 비약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배신이었다.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라는 경력에 걸맞게, 해오는 지난 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통해, 다소 낯선 세련됨을 지닌 새로운 발라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앨범은 새로운 대중가요의 흐름을 이끌어 갈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해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새로운 창작의 여정에서, 해오를 이끌었던 것은 가사와 멜로디에 집중하는 대중가요의 태생적 '구조'로서의 통속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그리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음악적 구조를 통해, 뮤지션 스스로는 물론, 듣는 이로 하여금 가사와 멜로디의 지시적 공감 이상의 새로운 음악적 공감을 경험케 하고 싶었다. 그 욕망을 위해, 해오는 전작 [Lightgoldenrodyellow]는 물론, 그의 음악적 과거와 철저히 단절했다. 이후,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병적으로 유지된 집중력은 어떠한 과도기도 없이 [Structure]라는 새로운 '구조'를 완성해냈다. 9개의 트랙, 총 47분의 플레이타임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Structure]. 첫 번째 트랙 "Sound of A"부터 마지막 트랙 "In sight of light"까지, 이 앨범은 엄청난 유기성을 유지한 채, 플레이타임을 이어간다. 모든 트랙들은 각각의 음악적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방과 같고, 어떤 찰나도 그 의도에 벗어나 방치된 부분은 없다. 그리고 치밀하게 조직된 트랙의 순서와 각 트랙들이 이루는 균형은, 듣는 이로 하여금 흡사 서사시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싱글의 단순한 축적에 의해 만들어진 정규앨범이 대부분인 지금, [Structure]는 진정한 의미의 완성도를 갖춘 정규앨범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