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MO)' [서울의 봄]
지구의 변화 때문인지. 어느 순간. 서울에선 봄이 짧아졌다. 이제 어느 순간엔 그 짧던 봄 마저 사라질지 모른다. 그렇게 차디찬 겨울 바람과 타는 듯한 여름 갈증 사이에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사실 모두 다 그렇다. 있는 자와 없는 자, 아름다움과 추함, 고귀한 것과 비천한 것,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그 무수한 공간을 채우던. 완만한 곡선의 언덕. 매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 사이를 메우던 지극히 평범한 봄날들은 이제 사라져 간다. 늘 보았던 봄날의 소소한 순간들을 문득 꿈속에서 볼 때, 늘 돌아 오던 계절의 따뜻한 햇살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매면서 느끼게 된다. 늘 붙어 있던 땅에서 중력이 없어지는 경험처럼 우리는 직업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고, 인간을 잃고, 세상을 잃는다. 항상 곁에 있던 벽들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차가운 한대 바람을 맨몸으로 맞서야 할 때, 우리는 그 봄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얼어붙은 겨울 바람과 타는 듯한 여름 태양 사이에 있던 기적과 같은 순간들을…
금주악단의 '모'가 낸 두 번째. 솔로 프로젝트 싱글 [서울의 봄]은 잃어 버리고 잊어버린_ 이젠 전설이 되어 버린 그 봄과 봄처럼 항상 늘 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가 늘 땅에 발을 붙이고 살던 중력에 관한 상념들이다. 그렇게 서울의 봄은 사라지고, 서울에서 느꼈던 뜨거운 청춘의 봄도 한 순간 꿈처럼 사라졌다. 이제 누구에게도 이끌리지 못한 무중력 상태에서 어디에도 발 딛지 못하고 떠도는 청춘들. "무중력"은 시간도 없고, 용기도 없고, 권한도 없고 미래도 없이 무중력의 우주로 내팽개친 지금 청춘들의 고별사이다. 그렇게, 하늘과 바닥 사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