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악단(Non Alcoholic Orchestra) [1호]
금주악단의 권성모와 김재록과 이소연은 21세기의 벽두에 만났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문화창고'라는 곳에서 파티가 열리던 날이었는데, 처음 온 권성모는 기타를 쳤고 늘 와서 노래하던 김재록은 그 연주에 홀딱 반했다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뭔가 대단한 의기투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띄엄띄엄 쉬엄쉬엄 기타치고 노래하며 노는 게 좋았을 뿐이다. 그렇게 십여 년을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 앞에 그 동안 놀던 걸 모아서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2011년 8월. 서초동 문화 창고. 어찌하다 보니 그들의 첫 공연이 되었다. 그 뒤, 마침 공연 때마다 늘 첫 곡이 "술을 마시고" 인 것에 지겨워하던 권성모가 금주악단이라고 밴드 이름도 짓고 그 동안 모아왔던 곡들을 정리해 녹음하면서 밴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되었다.
또 다시 띄엄띄엄 쉬엄쉬엄 놀며 음반을 준비하던 중, 2012년 8월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도 참여하고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다. 11월에는 서초동에서 두 번째 창고 공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2월 28일 첫 번째 음원이 나왔다. 금주악단의 첫 번째 싱글 [1호]에서 권성모는 작곡, 편곡, 연주, 엔지니어링, 프로듀싱을 도맡아 했다. 김재록은 작사,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이소연은 프로덕션 디자인과 공연 세션을 담당하고 있다. 온탕과 냉탕, 우울과 발랄함, 기괴함과 평범함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1호]의 곡들은 잠시 밴드의 건강 상태를 의심케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고개 끄덕여지고 마음에 잡히는 것이 생긴다. [1호]의 노래에서는 사랑의 달콤함에 곁들여져 늘 함께 맛보게 되는 아쉬움, 안타까움, 하릴없음, 어쩔 줄 모름, 조급함 등이 잡히기 때문이다.
첫번째 트랙 "뭔가요"는 뽕짝과 집시음악, 스카와 펑크가 절묘하게 결합된 타이틀 곡이다. 기타의 첫 리듬을 듣는 순간부터 사지가 걷잡을 수 없는 막춤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간주 부분에 이르면 뭔지 모를 몰아의 경지까지 맛보게 된다. 두번째 트랙 "술을 마시고"는 금주악단이라는 이름을 낳은 모태가 되는 곡이다. 이 곡을 듣고 누구는 눈물을 흘리고 누구는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술을 마신다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금주악단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곡이다. 금주악단은 막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제 '두 달에 두 곡씩' 손에 들고 걸어보려고 한다. 4월에는 세상 곳곳이 꽃 길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다가 불쑥 금주악단을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놀라지 말자. 권성모는 음악감독이고, 김재록은 영화배우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