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악단 (Non Alcoholic Orchestra) [5호]
11월의 끝이라는 시간. 머뭄에서 떠남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국경지대 같은 곳. 금주악단의 다섯번째 싱글 [5호]는 그 곳에 있다. 국경을 넘어 앞으로만 가는 시간처럼 [5호]의 노래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 '떠남'이다. '형 죽지마'라고 소리치고, '당신을 보려고 낙조의 창으로 가'고 있지만 '형과 함께 부르던 노래'도 '붉은 하늘'도 곧 잠잠해지고 캄캄해질 것이다. 남아있고 싶으나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 함께하고 싶으나 함께할 수 없다는 것. 지금 여기 시간의 국경지대를 배회하는 [5호]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1월의 끝을 시간이라고 부르지 않고 계절이라고 부른다면 떠남이라는 것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계절이라는 것은 시간과 달라 국경을 거꾸로 넘어 다시 '머뭄'으로 돌아올 수 있기에. 11월의 끝이라는 계절. [5호]는 '형과 함께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붉은 하늘'이 더 붉어지는 계절을 향해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곡소개
01. "형 죽지마", 작년 8월쯤 금주악단의 연습 중에 어떤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들국화 공연에서 어느 관객이 전인권 형을 향해 '형 죽지마' 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형 죽지마' 하나만 가지고 바로 즉흥으로 노래를 불러봤다. 그런데 지난 10월 20일 들국화의 주찬권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듣고 권성모는 1년도 넘게 아이폰에 저장돼있던 그 녹음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새로 편곡을 하고 가사를 다듬어서 곡을 완성했다. 그래서 이 곡은 고 주찬권 형과 들국화에게 바치는 노래다. 형은 시간의 국경을 넘어 떠났지만 형의 노래들은 국경을 거꾸로 넘어와 늘 머물러 있을 것이다. 형, '죽어도 죽지마.'
02. "낙조", 이 곡은 녹음하기 전부터 금주악단이 공연 때마다 불렀다. 공연 때는 기타 두 대로만 연주하던 이 곡을 권성모가 락으로 편곡했다. 그렇다. 금주악단은 이렇게도 한다. 장르의 국경지대를 배회하는 금주악단이 이번에는 락을 향해 떠난다. '붉은 하늘로 뿌려지는 내 영혼의 재'를 위한 사운드로 이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