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악단' (Non Alcoholic Orchestra) [9호]
안녕하세요. 저는 요술공주 밍키라고 해요. 지구 밖 저 멀리 꿈의 나라에서 왔죠. 지구의 어른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요. 히힛. 가을이 왔네요. '가을'이라는 말은 제가 휘두르는 마술봉 같아요. 그 말이 다른 말에 가 닿는 순간, 일상의 맨 현실들은 꿈의 옷을 입게 되잖아요. 가을날, 가을밤, 가을비, 가을바람, 가을하늘, 가을여자, 가을남자. 그래서 가을에는 제가 할 일이 별로 없어요. 히힛. 그런데 지구의 어른들은 가을을 심하게 타나 봐요. 가을이 오면 그 동안 놓고 살던 꿈을 잡아내 거기에 매달리곤 하잖아요. 그렇다면 '가을'에 꾸는 '꿈'은 '꿈꿈', '꿈의 꿈', '꿈 중의 꿈' 같이 꿈과 꿈이 겹쳐지는 것이라 더 아련하고 더 아득하고 더 애가 타는 것이겠네요. 더욱이 그 '꿈들'이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는 것이라면 말해 무엇 하겠어요?
가을이 왔다고 '금주악단'이 아홉 번째 싱글 [9호]를 발매했다네요. 수록 곡 "모를 당신"은 가을밤에 가을 꿈을 꾼 가을남자의 이야기래요. 십여 년 전 어느 가을날 그는 사랑을 잃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어떤 노래와 맞닥뜨렸대요. (이건 비밀인데요, 그날 거기에 제가 함께 타고 있었어요.) 출입문에 기대어 선 그의 얼굴에서 제가 무언가를 읽어내고 마술봉을 꺼내 들어 휘두른 거죠. 그러자 멜로디와 노랫말이 바로 동시에 그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는 사실! 물론 그때 그는 저를 볼 수 없었으니까 그 노래가 그렇게 해서 처음 불리어지게 된 줄은 지금까지 모르고 있을 거예요. 히힛. 이후에 그 노래는 금주악단의 귀에 들어가 금주악단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죠. 몇 년 전에 해놓은 편곡과 녹음은 이번 발매에 맞춰 새로 했다고 하구요. 기타와 아코디언에 실려 흐르는 가을밤 가을남자의 가을 꿈이 더없이 쓸쓸하고 애처롭네요.
가을이 왔네요. '금주악단'은 가을노래를 내놓았구요. 저도 오늘밤엔 자기 전에 가을주문을 하나 외워야겠네요. 사랑이 아픈 지구의 어른들을 위해서요. 히힛. "떠나간 사랑들은 모두 함께하던 삶 속으로 돌아와라! 피피루마 피피루마 마루피피 마루피피 샤르르르르르르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