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KIRARA)' [cts4]
[cts4] 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된 소품집이다. '키라라(KIRARA)' 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전자음악가이며, 이쁘고 강한 음악이라는 캐치프라이즈로 대변되는 특유의 사운드 질감과 정서로 작품세계를 공고히 하는데 작업의 의의를 두고 있다. 공식적인 첫 공연활동으로 작년 10월의 "WATMM Vol.20" 공연을 마치고 그 후로 갖는 공연에서도 꾸준히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정규앨범 [rcts] 를 발매한 경력이 있고, 소품집 EP로는 [cts1], [cts2], [cts3]를 빠른 주기로 발매하였고 지금 이 글에서 소개하는 [cts4]는 키라라의 네 번째 소품집이다.
'키라라' 는 자신의 작품으로 구체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는 일에 굉장히 서툴다. 아마 '키라라' 라는 사람이 너무 아둔해서 논리적인 생각이란 것을 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의 '키라라' 의 모든 앨범은 막연한 느낌으로 묶여져 발매되어왔다. 즐거운 음악끼리, 차가운 음악끼리, 단편적인 곡의 색채로 곡들을 추리고 묶어 앨범을 발매하였던 것인데, 이 앨범만은 어떤 것을 표현해 내겠다는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묶여진 '키라라' 의 첫 모음집임을 나 '키라라' 가 스스로 작성하는 이 소개글에서 꼭 밝히고 싶었다.
아주 개인적인 앨범이다. '키라라' 는 이 앨범에서 어떤 대상에게 ‘할 말’을 하고 있다. 무슨 일에 대한 이유를 미친 듯이 알고 싶어하는 집착증 환자처럼 굴기도 하고 "Tell Me Why" 세상이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이 지구에서 어떻게 살까요" 며 대놓고 떼를 쓰기도 한다. "이 지구에서 어떻게 살까요" 뭐가 멋있게 비뚤어져서 읊조리는 것이라기 보다는 투정이라는 말이 제일 어울릴 것이다. 키라라는 막연히 싫은 것을 정말 막연하게 싫다고만 표현을 해놓았다. '키라라' 의 음악은 직관적이다. 공간계 이펙트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모든 소리의 텍스쳐가 분명하고, 글 한 글자에도 돌려 말하는 서술방법을 절대 택하지 않는다. 애써 꾸미지 않고 딱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분명히 드러나게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정서가 없는 곡을 만들면 정서가 없는 대로 할 말이 없는 대로 일련번호를 붙였다. "ct15021" 투정이라는 화법이 철없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 키라라는 그 24살의 철없음을 기록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Shit" 은 '키라라' 가 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방구석에서 음악하고 똥이나 삘삘 싼다 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시름시름 앓아가던 순간에 만든 음악이다. 결국, 또 하나의 똥을 만들었다는 자조를 일부러 밝고 우스꽝스러운 신시사이저의 음색을 사용해 역설로 풀어내 서술하였다. "Stay In Control" 은 지난겨울 '키라라' 가 포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작업한 곡인데, 포항에 내려와 있는 순간에도 키라라의 정신을 놓아주지 않고 어딘가 불편한 지점에 붙잡아 두는 서울 삶의 굴레에 아련한 기분을 느끼다가 불현듯 신시사이징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이 곡을 완성했을 것이다.
"Tell Me Why" 에서 '키라라' 가 질문을 하는 그 대상은 정확하지 않다. 소수자의 삶이어서인지 참 불만도 많고 억울한 것도 많았나 보다. 그저 따져 묻고 싶었다. 짜증을 부리고 싶었다. 쏟아지는 질문 끝에 이 곡의 최 후반부에 나오는 결정적인 그 한마디로 키라라는 자신의 삶 속 ‘허무함’이 듣는 이에게 전해지길 원한다. "이 지구에서 어떻게 살까요" 는 노래다. '키라라' 가 처음으로 앨범에 싣는 가사가 있는 가창곡이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살아봤지만 스스로 밟고 있던 땅에 결국 정나미가 떨어져 버린 그 슬픈 심정을 담았다. 슬픈 곡이다. '키라라' 는 이 앨범과 이 소개글이 지나치게 솔직함을 스스로 알고 있다. '키라라' 는 멋진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자의식이 자폐일진 모르나, 그저 좋은 핑계를 대보려고 머리를 굴려봤자, 그냥 이러고 싶었다 라는 답밖에 못한다. 그렇다. '키라라' 는 그런 사람이고 아마 평생 이렇게 살 것이다. 앨범 커버 그림으로 쓰인 과일 포도는 '키라라' 가 사랑하는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