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아픔이 많았던 한해, 그래서 더 치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생의 소중함을 돌보는 입'술을깨물다' 의 프로젝트 앨범 [FINE]
올 봄, 그린플러그드 2014 옴니버스 앨범 [숨, 네 번째]의 타이틀 곡 "너=봄" 을 통해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색깔을 선보인 밴드 '입술을깨물다' 가 가을을 맞아 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을 내놓았다.
2011년 발매한 [Hope Relay] 앨범에 이어 수원시 자살예방센터와 함께한 두 번째 프로젝트 앨범 [FINE]은 그간 싱글 앨범을 위주로 선보이며 드러내지 못했던 입술을깨물다의 다채로움이 선명히 스며 있다. 위로와 응원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아픔과 아쉬움을 토로하고, 희망을 향해 방황하는 마음을 그려 낸 총 다섯 개의 트랙은 여태 입술을깨물다가 보여 주지 않은 음악 색채들로 빼곡하다.
‘괜찮은가요’ 물으며 문을 여는 첫 곡 "Hold tight" 는 신스 기반의 록 적인 사운드와 따뜻한 노랫말로 꾸며 진 타이틀곡으로, 중반부에 펼쳐 지는 조밀한 기타 연주와 선이 굵은 신스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귀를 사로잡는다. 이어 등장하는 두 번째 트랙 ‘염원’은 지친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응원의 노래로 생동감 넘치는 악기 위에 조근조근 들려 오는 목소리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가장 큰 감정의 폭을 보여 주는 세 번째 곡 "INK", 이 제목은 "I Never Know" 와 "I am Not oK" 의 약자이다. 죽음으로 떠나 보낸 이를 향한, 쏟아 내려 해도 그럴 수 없는 감정들을 격정적인 편곡과 강렬한 사운드로 전하고 있다. 반면에 네 번째 트랙 "너로 머무를 말" 에선 같은 상황의 감정을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좀처럼 보여 주지 않았던 입술을깨물다의 어쿠스틱한 매력을 선보인다. 앨범의 마지막 곡 "Exit" 는 나름의 사연을 가진 곡인데, 어머니와 사별한 두 자매가 그들의 마음을 담아 직접 써 내려간 글과 곡을, 입술을깨물다가 다듬어 앨범에 수록한 의미 있는 트랙이다. 아픔이 있다 하기엔 너무도 맑고 예쁜 두 학생의 목소리가 코러스로 등장해, 이 앨범 [FINE]을 통해 엿보길 바랐던 희망의 출구를 느끼게도 한다.
2010년 결성 후 꾸준히 활동하며 그들의 존재와 영역을 확고히 해 온 밴드 입술을깨물다에게 이번 프로젝트 앨범 [FINE]은 꽤 치열하고 분주한 작업이었으나, 그 결과물에서 더 성숙하고 깊어 진 그들을 만나 볼 수 있다. 9월 26일에는 Time doesn't heal, grieving does라는 제목의 2014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국제 워크숍에서, [FINE]앨범의 수록 곡들을 최초로 공연을 통해 선보이는 쇼케이스 형식의 단독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