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완전 사랑해서 그런거야]
1. 어느 새, 완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스토리텔링 밴드라 소개하는 조금은 요상한 이들은 2009년 극단 로드스토리를 전신으로 자신들의 노래를 음악극, 영화 등 이야기로 발전시켜 나가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텔링 밴드라는 생소한 이름붙임에서 알 수 있듯 '어느새' 는 '이야기와 낭만' 이라는 지향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고 노래한다는 부분에서 기존 홍대의 인디밴드들과는 차별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어느새' 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실로 다양하다.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리더인 '덥(dub)' 은 팟캐스트 '미친노가리' 를 진행하며 썰(?)을 풀기도 한다. 또한 실제 공연에서 중간중간 보컬 'dub' 이 무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들의 수다(?)내공 즉,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보통을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느새의 노랫말 자체가 동화처럼 아름답다는 것이다. 시적이고 진솔한 가사에 세련된 멜로디와 각 색의 악기, 멤버 전원의 코러스가 입혀지면 그야말로 이야기로의 기능을 하는 노래가 된다. 특히 조곤조곤 읊조리듯, 말하듯 하는 노래를 듣노라면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편안하고 쉬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좋은 노래라는 생각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어느새는 2013년 1월과 10월 각각 첫 번째 Ep와 정규 1집을 발매하고, K-루키즈에 선발, 뮤콘 쇼케이스 참여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홍대클럽에서 매월 정기단독공연을 열고 있는 데, 공연을 본 관객들은 반드시 이들을 다시 찾으며 대중성과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쉬운 것에 안주하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앞으로는 매달 신곡이나 리메이크 곡을 디지털싱글로 발표하겠다고 하는 바지런함 역시 가지고 있다. 조용하지만 사람을 아우르는 노래, 완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느새,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2. 사랑의 고백이자 사과의 노래
- 앞으로 매달 한 곡씩을 발표하겠다는 밴드 어느새의 야심찬 계획의 첫 걸음."완전 사랑해서 그런 거야"
이번 디지털 싱글 "완전 사랑해서 그런 거야" 는 유치하게 어법에도 맞지 않는 유행어를 사용해 직설적인 사랑 고백을 하는 제목이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곡은 사실 그저 달콤하기만 한 사랑노래로 치부하기에는 아쉽다. 지금 왜인지도 모르게 못된 말로 툭툭대고, 괴롭혔던 누군가가 있다면, 있었다면, (해 본 적이 있거나, 당한 적 모두) 이 노래를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며 들을 수 있으리라. 도대체 내가 그 사람에게 왜 그러는 걸까, 그 얽히고 설킨 감정들의 실타래를 따라가다 보면,비로소 보인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토록 초딩 같이 유치하고 서툰 표현들이 모두 ‘완전 사랑해서 그랬던’ 것이었다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 ‘생각할수록 더 헷갈리고 찌질해져’ 간다는 자기 고백 섞인 가사가 공감이 된다. 아마도 사랑에 빠져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므로 이 노래는 사랑의 고백이자 사과의 노래이다.
웃으며 말하지만 오랜 동안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돌아보고서야 마침내 깨닫게 된 사랑의 감정에 대한 고백이자, 그렇기에 그간의 자신을 미안해 하고야 마는 사과의 노래 말이다. 유치와 웃음이 섞인 장난 같은 말. 미안하다는 말 대신 전하는 사랑의 고백, 그렇기에 더 로맨틱한 말, "완전 사랑해서 그런 거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