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안개 속 사랑을 노래해.
오랜 기다림, 데뷔 10년을 맞이한 3호선 버터플라이의 EP [Nine Days Or A Million]
3호선 버터플라이가 결성된 지 햇수로 10년이다. 그들은 허클베리 핀, 삐삐 밴드, 99 등에서 활동한 멤버들의 전력으로 결성 시기부터 주목 받으며 인디 씬의 영역을 확대시킨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1집 [Self-Titled Obsession]의 성공(물론,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과 2년을 기준으로 날갯짓을 거듭하던 3호선은 2004년에 발매된 3집 [Time Table] 이후 기약 없는 휴식에 들어갔다. 그 중에 성기완은 2집 [당신의 노래](2008)를, 김남윤은 일렉트로닉 밴드 트위들덤의 1집 [탐구생활](2005), 휘루는 [민들레 코러스](2008)를 발표했다. 남상아는 개인프로젝트 모베 사운드(Mauvais Sound)에 집중했고 손경호는 문샤이너스(The Moonshiners)의 일원이 되었다. 10년이 되었지만, 4년 동안은 이름뿐이던 3호선 버터플라이가 드디어 날갯짓을 시작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뷰를 접할 때면 ‘인디와 대중의 경계’나 ‘몽환적인 노이즈 락’등의 (밴드 명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이중적인 문구들을 발견한다. ‘꿈꾸는 나비’, ‘스물 아홉 문득’ 같은 대중적인 트랙이 있는 반면, 괴성과 소음으로 가득 채운 ‘방파제’, ‘김포 쌍나팔’ 같은 거친 사운드도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통산 3.5집에 해당하는 EP [Nine Days or a Million]은 그들의 4집을 전망할 수 있는 5곡의 노래들로 채워졌다. 이번에는 특유의 다양성을 갖춘 사운드의 소용돌이 가운데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된 정서와 주제가 흐른다. 앨범의 상반된 키 트랙인 ‘Titicaca’와 ‘깊은 밤, 안개 속’에서 등장하는 ‘바다’와 ‘깊은 밤’, ‘안개’ ‘외로움’에 대한 노랫말과 건조하지만 마력적인 남상아의 보컬, 심플하게 녹여낸 사운드, 이는 고적한 커버의 이미지와도 수평을 이룬다. 나머지 트랙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감성적인 일렉트로니카와 모던 록을 혼합한 사운드, 남상아의 센스티브한 보컬이 어우러진 ‘무언가 나의 곁에’, 특유의 음울한 감수성과 서정성이 돋보이는 ‘Nine Days’는 이들이 새로운 사운드에 마음을 열고 있음을 알려준다. 마지막 트랙인 ‘왠지, 여기, 바다’는 일렉트로니카적 아트록의 가능성마저 엿보이게 하는 대곡.
그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그나마 이름있는 밴드이지만 꾸준히 그들의 돈으로 음반을 만들고 있다. 이 앨범과 또 앞으로 발표할 4집은 인디가 메이저의 수순과는 상관없이 확장될 수 있는 영역임을 알리는 좋은 사례로 꼽을만하며, 그래서 인디 씬에서 10년을 보낸 밴드가 가진 회고록의 의미를 가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듣게 되는 3호선 버터플라이, 돌고 돌아서 지금 여기에 예전처럼 서 있는 3호선 나비들, 그들이 보낸 10년 인디 세월의 흔적이 여기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