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400]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더니,
열을 보면 하나도 모르겠다.
다분히 개인적인 판단은
오늘도 누군가를 쉽게 오해하도록 만든다.
지하철 안에서도, 커피를 주문하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하지만 스스로는 결코 자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맘 좋은 표정을 짓는다.
나와 너는 오해의 연속으로,
가까워 지거나 멀어지거나 상관없는 관계가 되고.
좋았던 사람이 싫어지고, 맘에 안 들던 사람이
힘이 되는 혼란의 순간을 겪는다.
새벽이 되면, 사라지는 달은
사실 언제나 그렇게 있다.
밤하늘의 달이 보름달-반달-초승달로
'변했다'고 오해하지만, 달에서 지구를 보면
역시, 보름지구-반지구-초승지구 일테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잘만 돌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아서 잊혀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면서도,
오해를 부르는 망각은 참 이기적으로
나의 위치를 지워간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패닉증후군에 걸렸다면,
먼저 지구도 달에게는 변하고 있는 것처럼
망각을 사실로 각인해야 하고,
그 다음은 같아 보여도 서로 다른 우리는
똑같은 눈빛일 수 없단 걸 인정한 채로,
너와 나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달과 지구의 거리, 384400km.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384400] - Written by Lol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