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레전드 드럼이라 불리우는 스티브 갯(Steve Gadd)은 연령대 별로 갖추어야 할 드러머의 기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대에 기본적인 드럼 루디먼트를 공부하고 20대에 다양한 음악적 경험들을 하며 30대에 자신의 음악을
찾고 완성해 나간다"
다양한 음악이 존재했었고 수많은 음악적 실험들이 있었던 80년대를 '그의 시대'라고 부를만큼 드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의 얘기이니 새겨들어볼만 하다.
드러머 염성길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잘 걸어가고 있다. 유명 가수들을 빛내는 세션플레이어로
음악적 다양함을 경험했고, 그러면서 '드러머'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앨범
'Road'를 발표했다.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드러머로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이번 앨범은 드럼이라는 악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일이 음악이 아니다’라고 말한 드러머 토니 윌리암스의 말처럼 그는 특정 드럼스타일에 치중하지 않는다. 전세계 드럼 마에스트로들의 드러밍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것을 추구하고 있는 그는 마치 족보를 타고내려오는 것 같은 연주와 가장 트렌디한 드러밍 컨셉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곡을 함께 만들고 프로듀싱한 김태현(a.k.a Siche) 또한 드러머이자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로서 그의 드럼에 대한 이해는 일반 작곡자와는 많이 다르다. 곡에서 드럼이 하는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곡의 스타일 또한 염성길의 드럼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곡의 전반에 걸쳐 리듬적 요소들이 두드러지게 강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요즘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이번 앨범의 곡들은 염성길과 김태현의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난다. Dave Weckl에게 Jay Oliver라는 친구가 있었듯 두 사람의 콜라보는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프로 세션드럼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량도 만만찮은데 자신만의 드럼 스타일을 구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연습을 했을지 생각하면 드러머 염성길의 노력과 인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염성길은 드러머로서 이제 자신의 길을 한발 내딛었다. 단 3곡의 곡으로 무엇을 이뤘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척박한 음악적 토양을 가진 한국이란 나라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내딛은 그 걸음에 소리 없는 응원의 함성을 보낸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드러머들의 개인 앨범 소식은 항상 반갑지만 그중 염성길의 앨범은 단연코 드러머로서 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