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s Of Being Wild 거친 나날들에 대한 후일담 -
2012년 EP 발매 후 긴 휴지기에 들어갔던 포니가 ‘I Don't Want To Open The Window To The Outside World’라는 긴 제목을 단 새 앨범과 돌아왔다. 3년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이지만, 밴드에게는 그 3년이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었던 듯하다. 긴 휴식만큼 밴드에게 내, 외부적으로 의미 있는 두 개의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외부적인 변화는 소속의 변화이다. 밴드는 올 5월 미국의 인디레이블 Tree Machine Records와 앨범 계약을 체결했다. Tree Machine Records는 Pitchfork, Stereogum, Stylus, NME 등을 통해 소개된 Living Hour, Woof 등이 소속돼 있는 레이블로 슈게이징부터 인디 디스코까지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을 제작한 레이블이다. 당연히 포니의 본 앨범 역시 미국의 레이블을 통해 유통되며(국내 유통은 미러볼뮤직이 맡는다), 앨범 제작 역시 현지에서 이루어졌다. 음악의 국적성이 점점 모호해지는 시대에 로컬 밴드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내부의 변화는 사운드에서부터 온다. 포니의 새 앨범을 아우르는 음악은 Lo-Fi, 네오싸이키델릭, 크라우트비트 같은 낯선 키워드이다. 기존의 포니를 생각했을 때도 낯설고, 일렉트로닉 록, 일렉트로닉 개러지 등이 득세한 최근 한국의 인디경향과도 동떨어져 있다. 사실 기존의 포니 앨범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변화는 진화보다는 단절에 가깝다.
이런 단절은 개별 곡들의 사운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8비트 드럼머신의 리듬은 필터와 드라이브로 축축하게 젖어있고, 멜로디는 모호하고 건조하며, 보컬은 아예 없거나 낮게 깔려 좀처럼 앞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멜로디가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 테이크조차도 전체 곡을 감싸는 분위기는 탁하고 건조하다. 이런 경향은 반복되는 콘트라베이스가 주도하는 가운데 난데없이 때려대는 드럼롤과 중국풍의 스트링이 인상적인 ‘Days Of Being Wild’, 조용히 울려 퍼지는 차임벨 소리 같은 기타 사운드와 Mercury Rev를 연상시키는 듯한 무드의 ‘Seed Sizes’, 아기자기한 그루브와 생뚱맞은 혼(Horn) 사운드가 인상적인 ‘Waiting For The Day’ 등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밴드는 자연 발생적이며, 원초적인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모든 곡을 집에서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한다. 멤버들은 각자 작업한 곡을 처음 들려주며 잼 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의 기분이나 무드에 맞춰 녹음을 진행했다. 따라서 앨범은 상업적인 포맷을 갖춘 곡들이라기보다는 덜 압착된 무드 음악, 시네마틱 뮤직 같은 느낌을 준다. 각 곡은 어느 정도의 이질성을 유지하면서도 루즈하고 나른한 무드를 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3년 만에 돌아온, 포니의 새 앨범에는 더 이상 떠들썩한 파티도, 요란법석한 젊음의 예찬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메우는 건 스냅샷을 찍듯이 순간순간적으로 이어진 사운드의 풍경과 마치 창문을 닫고 조용히 들어앉아 후일담을 나누는 듯한 멤버들의 이야기이다. 앨범 제목인 ‘I Don't Want To Open The Window To The Outside World’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