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탈 혹은 다른 가능성.. '하헌진' 싱글 [다시 날 받아주었네]
꽤 오랜만의 신곡이다. 최근작인 [김간지x하헌진]에 실린 곡들이 대부분 솔로 시절의 노래들을 다시 편곡한 것들임을 감안해보면, 2011년과 2012년 2년 동안 4장의 EP를 연달아 선보였던 그의 속도는 확실히 늦춰졌다. 물론 '김간지'와 함께 유닛 활동을 하면서도 혼자만의 이름을 걸고 공연을 지속해오긴 했으나, 역시 신곡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솔로 활동을 선보였던 노래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침묵은 꽤 아까운 일이었다. 물론 드럼의 백업을 받은 터프한 사운드도 나쁘지 않지만, 어쿠스틱 기타를 배경으로 섬세한 목소리의 결을 드러내는 솔로의 노래들은 확실히 탁월한 면이 있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끼리는 그가 정말로 좋은 노래들은 유닛을 통해서는 안 내보내고 솔로 활동을 위해 아껴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런 짧지 않은 침묵에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델타 블루스라는 오래된 스타일에 천착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라는 포지션은 '하헌진'이라는 이름이 주목 받는데 분명히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만큼 그의 스타일을 제약할 수 있다는 위험도 갖고 있었다. 그가 아직 솔로로는 정규 앨범을 발표한 적이 없는 (그의 전작들은 모두 EP의 형태로 발표됐다.) 아티스트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는 사실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2013년에 이어 솔로 이름으로는 2년만에 선보인 신곡은,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 '하헌진'이 이런저런 아날로그 장비를 사 모으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미 지난 4월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나를 내몰지마오"는 예전의 솔로 곡들과 비교해보면 파격적이라고 느껴질 만한 변신이었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에다 필요에 따라 하모니카 정도를 곁들였던 예전의 구성과 달리 이 노래에서 그는 아날로그 리듬 머신에다 신디사이저, 그리고 베이스까지 포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번 싱글 [다시 날 받아주었네]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언뜻 초기 '벡(Beck)'이 연상되고, 본인은 '선 오브 데이브(Son of Dave)'나 '부 부 데이비스(Boo Boo Davis)'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런 스타일은 굳이 얘기하자면 일렉트로 블루스(Electro-Blues)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국지적인 무브먼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그렇다고 그런 무브먼트를 아주 크게 의식한 건 아니고, 더불어 이 노래들이 앞으로 그의 스타일이 이렇게 변화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시도한 거라고. 하긴 여전히 노래의 중심에는 그 특유의 쿨한 목소리가 있고, 몇 줄을 넘지 않는 간결한 가사 역시 확실히 '하헌진'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의외의 변신임에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이제 '하헌진'이 새로운 곡을 선보이기까지 다시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어떤 식으로 음악을 해나갈지도 아직 짐작하기는 이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싱글이 그의 변신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그저 일탈일 뿐인지 지금 결론을 내리기는 확실히 섣부른 일이다. 다만 다른 가능성 정도를 열어뒀다고 생각하는 게 옳을 듯싶다. 지금은 나온 노래를 즐기는 정도로 충분할 듯. 이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들을 과연 그가 어떻게 공연에서 선보일 수 있을 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열다섯 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믹싱, 마스터링 모두 '하헌진'이 혼자 도맡아 만들었다. 커버는 그의 솔로 작업을 함께 했던 신덕호의 디자인.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