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고요한 당신의 빈자리마다 Merry! Blue Christmas! '푸른새벽'의 크리스마스 약속 그리고 작가 '김연수'의 9개의 단편 모음집
12월에 접어들자 기다렸다는 듯 눈이 내린다.
상점마다 바구니에 담긴 형형색색의 오너먼트들이 반짝거리고, 겨울 노래들이 울려퍼진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어김없이 찾아들 것이다.
벌써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푸른새벽의 마지막 결과물이 나올 때… 그러니까, 2006년 눈이 내리던 이맘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은 [보옴이 오면] 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매하고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인사도 없었던 그들의 안녕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임을 예고했던 것이리라.
오래 전 겨울, 시린 손을 불며 추웠던 홍대 앞 클럽에서 종종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렀을 이들은 ‘언젠가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이천십이년 십이월, 작가 ‘김연수’를 만나 즉흥적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지금이 아니면 또 다시 기약 없어질 그 약속을.
푸른 구슬이 데굴거리며 노래가 시작된다,
그리고 하얀 백조들이 날아오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목소리에는 어떤 기억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 멜로디에는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 이야기에는 누구의 빈 자리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아홉 개의 위태로운 크리스마스 단편들과 푸르디 푸른 푸른새벽의 노래들이 밤에 얹어지면, 유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은, 덤덤해진 빈자리에 채워질 법한 기억들을 호출해본다. 당신을 괴롭히는 갖가지 패배의 이름, 기쁨의 추억들, 그리고 과거들이 흩뿌려질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노래들과 이야기들은 외로운 크리스마스에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처량한 마음을 겨우 숨길 수 있는 하얀 눈송이 같을 뿐… 그저 벛꽃이 떨어지는 봄까지 말이다.
당신과 당신의 빈자리에 깊고 고요한 밤에 블루 크리스마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