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서사, 《RAINFOREST》
마틸다스 래빗이 2집으로 돌아왔다. 기계음과 노이즈를 바탕으로 추상적인 미학을 추구했던 전작 《VIVA! GAME BOY》 이후 오랜만이다. 《RAINFOREST》의 수록곡들 대부분은 어쿠스틱한 느낌이 강한 수채화 같은 곡들이다. 마틸다스 래빗의 1인 작업자 LAPIN은 이 점에 대해 장르의 변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디스토션 위주의 사운드를 썼느냐,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썼느냐에 따라 장르를 구분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음악을 만들 때 장르를 먼저 정해 놓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에 따라서 사운드나 악기들을 선택할 뿐이지요. 이번 앨범의 이미지에는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 LAPIN은 《RAINFOREST》의 콘셉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전한다.
“대부분의 곡들을 여름에 썼는데, 여름은 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계절이 아닌가 합니다. 천둥, 번개, 비, 구름, 무지개 등의 자연 현상이 얼마나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지 이번 작업을 통해 깨달았어요. 하늘의 변화를 읽어 가는 것도 매우 즐거운 과정이었고요.”
《RAINFOREST》는 테마를 3개로 나누고 그 안에 모두 9곡을 수록하였다. 7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제 1테마 ‘When the clouds blow over’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제 2테마 ‘weird dance’와 제 3테마 ‘멍멍’은 각각 한 곡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먼저 ‘When the clouds blow over’의 첫 번째 트랙 〈소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맑게 울리는 타악기 소리가 앨범의 시작임을 잘 말해 주는 곡으로, lapin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다. 두 번째 트랙 〈il pleut〉은 후반부에 사이키델릭한 기타 솔로가 두드러지며, 〈ocean, summer, rain, tears〉은 일렁이는 물결처럼 잔잔하다. 그 다음으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후치스〉의 소박하지만 여운 긴 선율을 들을 수 있다.
구름 낀 흐린 날씨가 떠오르는 〈먹구름〉, 손에 잡힐 듯하다 이내 사라져 버리는 〈무지개〉가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나면 이 앨범에서 쓸쓸함이 가장 많이 전해지는 〈aran〉이 제1 테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어지는 는 lapin의 아방가르드한 기타 플레이를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단순한 테마를 가지고 잼 세션의 형태로 변주해 나가는 전개가 매우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퍼즈위를 걷는 것 같은 노이즈팝 으로 앨범은 끝이 난다.
전작 《VIVA! GAMEBOY》가 난해한 추상화였다면 《RAINFOREST》는 앨범 제목처럼 서정적인 수채화의 모습으로 청자에게 다가간다. 《RAINFOREST》를 들어 보라. 물을 잔뜩 머금은 붓이 수채 물감을 묻히고 화선지 위를 무심히 거니는 영상의 앨범아트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