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레코드폐허는 DIY 앨범마켓에 초점을 두고 준비되었었고 기획자 입장에서 그것에 가장 적합한 매체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나 자신도 한번 리핑을 뜨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CD보다는 개인적으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카세트로 앨범을 내보기로 결심을 했었다. 이 앨범은 내부에 mp3 다운로드 코드를 동봉하고 있다. 카세트 + mp3 다운로드 방식은 꽤 매력적인 상품구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앨범의 제작은 비싼트로피 레코드의 도움을 받았다. 이 글을 통해 감사를 드린다.
이 앨범은 기존에 발표되었던 곡들 중 꼭 테잎의 질감으로 들을 때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던 네 곡과 새로이 작업한 '진폐증', '무죄'의 두 트랙이 추가되어 만들어진 카세트 앨범이다. '진폐증'과 '무죄'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트랙들이고 그 곡들을 통해 노 컨트롤 다음 정규앨범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릴때 CDP로 음악을 듣고싶었으나 공부를 못해서 어머니가 안사주셨기 때문에, 집에 굴러다니는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카세트는 CD보다 덜 선명하지만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나이가 들고 CD와 mp3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그것이 깨끗하지만 차갑고 귀를 질리게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테이프 특유의 지글거리는 느낌을 막연히 그리워해왔다. 그러다 몇년전 발표했던 EP앨범을 어니언뮤직의 도움을 받아 테이프로 소량제작하게 되었었고, 그것을 들으며 마음 속으로 시끄럽고 뜨거운 음악은 카세트로 앨범을 내야겠다는 내 나름대로의 확신 같은 것이 생겼다. 이 앨범은 그 생각의 결과물이다.
앨범의 타이틀은 [무죄]인데, 그동안 베이시스트 상수형이 어처구니없는 무고를 당해서 검사와 경찰들에게 위협과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며 만들어진 트랙이다. 지금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항소를 당했지만 또 무죄판결이 나지않을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과 경찰 어르신들을 떠올리며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앨범속지에 포함되어 있다. 조금 수위가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일러스트를 그린 본인이 대단한 변태는 아니니까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좋겠다.
- 황경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