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매트(SolMatt)의 Twice 앨범이 발매되었다. 싱어송라이터 이솔이의 프로젝트 앨범이기도 하다. 2012년 1월, 첫 앨범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지 일년 반 만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재빨리 석사 과정을 마친 덕분에,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며 그녀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그녀의 두번째 앨범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꽤나 아름답고 멋진 앨범을 말이다.
솔매트(SolMatt)의 매트(Matt)는 미국 필라델피아 인디씬에서는 이미 상당의 티켓 파워가 있는 실력파 신인 Matt McAndrew이다. 이솔이와는 The University of the Arts 동문으로, 재즈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교 안에서 락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한다.
이솔이는 영화 ‘원스(Once)’에서 영감을 받아 피아노를 치는 여자와 기타를 치는 남자의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앨범명 Twice는 그에 대한 오마쥬라고.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다섯 곡은 모두 이솔이가 작사 작곡 및 피아노 연주 또한 담당하였고, Matt은 전곡의 기타 연주와 듀엣곡의 보컬을 함께했다.
첫 곡이자 타이틀 곡인 ‘Erase’는 아련하면서도 서로를 토닥이는 듯한 화음이 귓가에 계속 맴도는 곡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특별한 향을 지닌 커피와도 같은 Matt McAndrew의 음성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이별을 앞둔 남녀가 우리의 추억과 사랑이 지워지게 될 미래를 예견하면서도 부디 지워지지 않기를 되뇌이는 듯 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간주부분이다. 영롱하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담백한 기타 리듬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오직 마주하고 있는 둘 만을 남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We should face what’s in front of us”라고 나직이 말하는 솔매트(SolMatt)의 화음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번째 곡 ‘The last kiss’는 헤어진 두 남녀가 멀리 떨어진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비 오는 일본 영화의 한 장면 배경음악과도 같은 전주에 이어 행복에 잠긴 듯 이솔이의 첫소절이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들은 그간 자신들을 힘들게 한 이별을 이겨내고자 하는 다짐과 용기를 담아 그들의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절제된 보컬 톤은 듣는 이의 마음에 무언가 묵직한 것을 남기는 것 같지만, 그들의 노래는 거부할 수 없이 감미롭다.
세번째 곡 ‘Live this moment’로 넘어 가면, 오랜만에 한국어 가사가 들려 반가우면서도 Matt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끝인 건가 아쉬워지는데, 다행히도 영어 가사가 섞인 마지막 듀엣 곡이다. 게다가 Matt의 보컬이 그 매력을 가장 진하게 드러내는 곡이기도 하다. “my sweet heart”라는 소절마다 마음이 움찔하는 건 나뿐일까. 앨범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쩌면 참 다른 개성의 보컬이 만나 이렇게 감미로운 듀엣곡을 만들었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각자가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도 함께 그려진다.
영화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들’을 연출한 영화감독 어일원의 새 시나리오를 읽고 만들었다는 네번째 트랙 ‘녹’은 울먹이는 듯한 이솔이 특유의 감성과 호소력이 짙게 묻어나는 곳이다. 특별히 이 곡의 제목은 이솔이의 부탁으로 어일원 감독이 붙여주었다 한다. 평소 이솔이가 선호하던 원테이크 레코딩 방식으로 완료되었다 하는데, Matt의 기타 반주는 그녀의 보컬과 따로 떼어 들을 수 없으리만치 잘 어우러지며 어째서 이솔이가 이 앨범을 본인 이름이 아닌 솔매트(SolMatt)라는 팀명으로 발표했는지 알 수 있다. 앨범의 에필로그 같기도 하고, 마지막 곡을 위해 진하게 숨 고르기를 하는 듯 하기도 하다.
제목을 보지 않고 다섯번째 트랙을 듣게 된다면 후렴구에 등장하는 우리 ㅇㅇㅇ에 빵! 웃음이 터지고 말 것이다. 그러고 나면 2절 가사를 듣는 내내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각자의 경험이 눈앞에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유학 생활 중 가장 그리웠던 가족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는 메인 후렴구는 이솔이의 어머니가 강아지를 달랠 때 흥얼거리던, 어머니 자작 레파토리에서 탄생되었다. 어머니의 레파토리를 꼭 노래로 만들고 싶었다는 소망을 멋지게 이룬 셈이다.
아, 그리고 CD를 꼭 사볼 것. 특히 앨범의 음악적 배경이 되었다는 필라델피아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솔이와 Matt McAndrew,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 구석구석의 풍경과 덤으로 그녀가 기르는 강아지 두 마리까지 일러스트레이터 오민경이 색연필로 따스하게 그려낸 사랑스러운 아트웍이 일품이다.
숨가쁜 20대를 보냈던 이솔이에게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때때로 외롭고 고단했을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간 동안의 음악과 배움, 좋은 친구들을 통해 그녀 1집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포근하고 아름답게 성장하여 우리에게 돌아왔다.
격정적이었던 1집의 그녀는 이제 스스로의 아픔을 넘어, 음악을 듣는 이들의 아픔과 외로움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이솔이가 되었다. 잔잔하고, 따뜻하게.
Falling slowly만큼, Duet만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할 수 있는 곡이 탄생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세번째 앨범이 나올때까지, 그녀는 언제나처럼 열심히 성장할 것이고, 그 때까지 우린 이 앨범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