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곡가/키보디스트 오수경의 래빗홀 같은 첫 소품집.
오르골이 열리면 펼쳐지는 상상 속 메리 고 라운드!
그 환상과 비밀스런 시공간의 세계로 이끌어 줄 딸깍 딸깍 시계 태엽 오르골.
오수경의 EP [시계태엽 오르골]은 제목처럼 오르골 상자가 열리면서 첫 곡이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곡은 어릴 적 열광하던 [시간탐험대] 라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돈데크만’의 주전자처럼 어느새 우리를 우리가 상상하는 시공간으로 이동시켜준다.
어린 시절 집 안에서 빙빙 돌아본 기억, 다들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한참을 빙빙 돌다 멈추면 나는 가만히 있지만 주변은 빙빙 돌고 있지 않은가? 오수경은 그것이 마치 회전목마를 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 회전목마 이다. 또한 꾸준히 음악 한 길만을 걸어온 오수경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은 돌고 있는 회전목마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슬픈 탁상시계는 추운 겨울, 방안에 피아노와 단둘이 앉아 있던 그 시절을 회상한다. 어디론가 가고 싶었지만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시간들. 할 수 있는 일은 피아노 연주와 곡 쓰는 일 밖에 없었다. 한참을 연주하다 멈췄을 때, 피아노 위에 있던 탁상시계의 초침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우는데 그 소리가 매우 외로워 보이는 것이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았다고 한다. 그때의 느낌을 담은 곡이다
놀이동산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놀이동산의 느낌과 풍경을 담았다. 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활기를 띄고 있는 놀이동산의 느낌과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다르다. 오수경이 꼬마였을 때 놀이동산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마냥 신나고 신기하기만 했던 장소가 두려움의 장소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화려한 퍼레이드를 보면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꿈에서만 상상했던 판타지 같은 풍경을 눈앞에 두면서도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곡에서는 그 기억 속의 묘한 감정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원더랜드는 오수경이 꿈꿔왔던, 그리고 앞으로 꿈꾸는 원더랜드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비록 어릴 적 상상했던 세상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원더랜드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곡 말미에는 그런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이처럼 앨범 안에 수록된 곡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들과 맞물려 있다. 이것은 때로 우리에게 비슷한 감정을 선사하기도 하고 나만의 기억을 회상하게도 한다. 오르골이 오르골 상자를 열었을 때의 느낌을 주었다면 뮤직박스는 마지막 태엽까지 다 감기고 멈춰 선 듯 한 느낌을 준다.
오수경의 음악 안에는 심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더 나아가 머릿속에서 나만의 이미지와 이야기들과 만난다. 앨범은 이렇게 오르골 상자가 열리고 멈춰 설 때까지의 순서를 담고 있지만 반드시 트랙 순서대로 감상할 필요는 없다. 유독 멜로디 라인에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앨범에서는 어떤 순으로 듣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앨범의 스토리와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EP [시계태엽 오르골]은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던 기억의 출구 같은 앨범이지만 이것만으로 오수경의 음악 세계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앨범 뿐만 아니라 영화나, 광고, 무용 공연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의 협업 작업을 통해서 그녀의 음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성효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