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유희열, 김동률, Pat Metheny, Ennio Morricone 등 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며 동경해왔던 그였다.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만의 앨범을 내겠다던 다짐, 그 이후 더디지만 꾸준하게 한 곡 한 곡을 완성해나간 끝에 마침내 ‘이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제의 정규 1집 ‘A Story’는 그렇게 탄생했다.
‘A Story’는 화자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이라는 삶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보편적인 감정들에 대한 기억이자 이야기이다. 앨범 속 각각의 트랙들은 그러한 이야기의 시간적 흐름에 따른 일련의 감정들과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두 사람이 만나(‘우연히 만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수줍은 고백’, ‘첫 데이트’, ‘널 만나서’),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점차 소원해지고(‘그대로 이길’) 끝내 서로 헤어지게 되는(‘너에게’, ‘그 날 이후’), 이후 때늦은 후회로 그리워도 해보지만(‘너의 거리’, ‘그리운 만큼’) 결국엔 이별을 받아들이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잘 가’).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우연히 만나다’와 마지막인 ‘잘 가’는 모두 연주곡으로, 각각 새로운 인연을 만났을 때의 벅찬 감정과 이별 후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담담함을 대조적으로 담아 앨범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명징하게 구현하고 있다. 타이틀 곡인 ‘수줍은 고백’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고백을 준비하는 한 남자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사랑의 시작에 따른 설렘과 기대감을 담고 있으며, 현재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김태영이 객원 가수로 참여,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러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냈다. 그는 또한 ‘너에게’를 통해서는 사랑의 끝을 마주한 한 남자의 회환 어린 감정들을 깊이 있는 목소리로 담담히 노래하기도 했다.
한편, ‘첫 데이트’, ‘널 만나서’ 그리고 ‘너의 거리’는 2011년 MBC '위대한 탄생' 시즌 2에 출연했던 가수 김태극이 참여하여 연인을 향한 고마움과 그리고 이별 후 뒤늦게 찾아온 후회의 감정들을 그 누구보다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제의 작법이나 편곡 등 음악적 성향은 분명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음악들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싱글이 보편화된 시대에 굳이 첫 앨범을 음반으로 고집한 이유도 어쩌면 그의 이러한 음악적 지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일상의 분주함에 의해 흔히 소외되기 마련인 마음 한 켠의 아련한 그리움과 먹먹한 감정들이 어쩌면 그의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라 말한다. 앞으로도 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잊혀질 수밖에 없었던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꾸준히 풀어내 나갈 것이다. 그의 음악적 감수성은 과거의 어딘가 언저리에 있는 듯해 보이지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이제’는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