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1집 [SAVE]
공간의 위로와 시간의 위로
충남 예산을 한참 돌아다녔다. 거대한 느낌을 찾고 있었다. 어떤 공사 현장에서 셔터를 여러 번 눌렀다. 흔적 1집 앨범 촬영은 대부분 거대한 느낌이 나는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흔적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흔적(멤버: 김홍준, 최상언)의 음악에는 거대한 공간성과 넓은 시간성이 교직한다. 거대한 공간성을 만들어내는 건 홍준이고, 넓은 시간성을 만들어내는 건 상언이다. 홍준이는 세계를 공간에 가깝게 인식하고, 상언이는 세계를 시간에 가깝게 인식한다.
홍준이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고요히 죽어가는 숲”이나 “세차게 일렁이는 바다” 같은 공간적 이미지로 대변된다. 그가 인식하는 세계는 ‘큰 공간’이다. 그리고 이 큰 공간은 두려움을 낳는다. 이 공간에선 “숨이 막히”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매스(덩어리)로 인식된다. 세상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그의 가사에는 달려가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이번 앨범 [SAVE]에서 그가 느끼는 두려움의 대상인 큰 공간과 그에 대한 극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 , 로 이어지는 3부작이다. 이 곡들은 마치 전쟁이 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에게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구별되는 “너”가 있다. 너에게서 멀리 떠날수록 세상은 점점 거대해지고, 너에게 점점 다가설수록 세상은 점점 작아진다. 결국 그는 너로 구체화 된 대상을 안는 행위로 두려움의 대상인 큰 공간에서 벗어난다.
홍준이가 이렇게 공간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면 상언이는 시간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그는 “빛나던 시간”과 “후회의 시간”으로 대변되는 어떤 시간으로 떠나고 싶다고 말을 하고, 그“때”의 기억을 헤매인다. “눈물 났던 순간”과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에 다가가 위로하기도 하고, “끝”이라는 시간 그 자체에 대해 노래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금’이란 순간을 다루는 태도에도 나타난다. 상언이는 ‘지금, 어서’식으로 지금을 다루고 홍준이는 ‘지금 여기’식으로 지금을 다룬다.
이번 흔적 1집 [SAVE]에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공간적인 음악과 시간적인 음악이 함께 담겨져 있다. 이 방식을 따라가면 두 사람이 내어놓는 공간의 위로와 시간의 위로가 보일 것이다. 시간의 영역인지 공간의 영역인지 헷갈리는 ‘흔적’이라는 팀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반기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