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생각이나 내면이 궁금해 질 때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 사람의 정서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노래, 피아노, 햇살,
사진, 꽃, 미소,
음악, 새벽, 봄,
빛, 목소리, 공기
2015년 봄의 끝자락, 데뷔 5년만에 ‘나날들’이라는 타이틀로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양빛나라의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특정 공간이나 장면에 대한 묘사가 많은 양빛나라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오랜 시간이 지나 잊고 있었던 기억 속의 그리운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노래하고 피아노 치는 것 만큼이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나날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11트랙의 자작곡으로 꽉 채운 이번 앨범은 즐겁고 슬프고 행복하고 아련한 추억들로 가득한,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펼쳐낸 한 편의 사진첩처럼 다가온다. 피아노의 맑은 선율과 어우러지는 깊고 따뜻한 첼로연주로 펼쳐지는 첫 페이지부터 한 장 한 장 기억의 조각들을 넘겨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녀와 함께 웃고 울다가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타이틀곡 ‘합정과 망원 사이’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 내지는 설렘을 특유의 생활감이 느껴지는 재치있는 노랫말과 경쾌한 멜로디로 풀어냈다. 노래의 템포에 맞춰 익숙한 동네 거리를 걷다 보면 늘 지나쳐 왔던 풍경이 전혀 새로이 보일지도 모른다.
평소 보여주던 음악 스타일에 비해 다소 파격적이라 말할 수 있는 ‘마음조심’에서는 삶에 대한, 세상에 대한 고민과 조심스런 바람을 다크한 일렉트로닉 발라드로 담아냈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굵은 저음이 매력적인 이기쁨의 보컬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9번 트랙의 ‘노래’는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연주자들과의 그루브감 넘치는 앙상블과 변화무쌍한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Angela’는 공연과 라이브 비디오를 통해 오랫동안 양빛나라의 음악을 접해 온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녀의 곡 중 하나이다. 애잔한 스트링 연주와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사에 무심코 젖어들게 되는 무려 7분에 걸친 대곡이다. 앨범에서 처음 선보이는 곡 이외에도 이전에 발매한 싱글 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29, 어느날’의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버전과 스트링을 강조한 편곡으로 새롭게 해석한 ‘April’ 한국어 버전도 들을 수 있다.
양빛나라 하면 자연스레 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긴긴 겨울을 견뎌내고 마침내 터뜨린 꽃망울을 조심조심 프레임에 담듯 정성들여 만든 첫 정규앨범에는 직접 찍은 사진들로 엮은 포토북이 동봉되어 있다. 매 작품마다 선물을 준비하듯 고심하여 특별한 패키지를 제작해 온 그녀의 첫 정규앨범을 기다리고 있던 리스너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