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6월호 이야기! [2013 월간 윤종신 Repair 6월호]
난 여자 이야기 쓰는걸 좋아한다. 남자 입장에서 당했던 이별, 그리움, 후회, 찌질함의 사실성은 잘 알기에 경험했기에 써내려 가는 것이 기억을 더듬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여자의 이야기는 무한하게 재미난 상상의 작업이다. 여자도 이럴까.. 여자도 이랬음 좋겠다.. 그리고 가사를 부르며 여성의 비주얼과 심리상태를 상상한다. 그래서 여성 싱어들의 곡을 의뢰 받았을 땐 먼저 그녀의 보이스 이미지에 맞게 떠올려지는 이야기를 멜로디와 맞춰간다.
2008년 옥주현양에게 의뢰 받을 때.. 그녀가 나에게 원한 건.. 이때까지의 그녀의 모습과 다른 노래였다. 그래서 당당하고 시원하게 뻗는 팝 발라드가 아닌.. 여리게 설레고 작은 것에도 벅차오르고 섬세하게 그를 기다리는 심리를 표현하는 동양적인 발라드를 만들었다. 주현양은 워낙 노래를 잘하고 영민한 싱어이기에 무리없이 그 노래를 소화해 내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노랫말 중 하나인 '나에게 온다'가 만들어졌다. 윤종신의 "너에게 간다" 속 남자가 만나려 하는 그녀의 이야기..
5년 뒤 또 한번 욕심을 내게 된다. 옥주현양 버전의 "나에게 온다"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이었을까.. 아님 양파라는 또 다른 천재 싱어를 떠올린 후에 부리는 또 하나의 욕심인건지.. 이번엔 황성제에게 다른 느낌의 편곡을 맡기고 양파에겐 더 섬세하고 더 노래 속 연기에 치중한 디렉팅을 했다. 양파는 프로듀서가 욕심을 부릴 수 밖에 없는 싱어다.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요구에 그때 그때 센스있게 변화해준다.
녹음 전 상의 단계에서도 기술적인 것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와 노래 정서에 관한 전반적인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제안한다. 가사의 디테일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감정의 여러 가지 상태를 모두 부르면서 제안한다. 작가로선 참 고마운 싱어.. 양파는 그 노래의 멋을 안다. 월간윤종신의 갑작스런 초대에 쿨하게 응해준 그녀에게 감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