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혹의 선율,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김가민 (Karmin Kim)'의 첫 번째 정규 앨범 [Persona]
흐트러짐 없는 여배우를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외모는 과연 그녀가 어떤 음악을 구사하는 사람인가에 관하여 잠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연주만을 들려줄 것만 같은 가녀린 체구에서는 곧 특유의 웅장한 선율과 과감한 연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음악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4세 때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클래식, 영화 음악, 집시 음악, 유럽의 뮤지컬 음악과 연출에 강하게 매료되어 이후 일찌감치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클래식적 어법에 이국적인 향기를 결합한 그녀의 음악을 조금 더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직 피아노 하나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경우, 아티스트의 치밀한 노력과 상당한 책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단련된 인내와 음악적 고뇌, 자신만의 명확한 색채까지 동시에 지닌 아티스트는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독특한 여성 아티스트의 존재는 우리를 경탄하게 한다. 20대의 여성 아티스트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장엄하고 극적인 음악, 노련하고도 남성적인 연주, 독보적인 개성, 넓은 스펙트럼, 풍부하고도 예민한 예술적 성향과 더불어 묘한 기품을 자아내는 고혹적인 미모까지 갖춘 독보적인 아티스트라 단언할 수 있다. 지난해 첫 솔로 앨범 [Budapest] 발매 후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떠나 직접 앨범을 건네거나 현지에서 연주를 하는 등 다소 남다른 욕심과 고집은 이번 앨범에서 다양한 시도를 연구할 수 있는 음악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번 앨범 역시 전곡 작곡, 편곡, 믹싱 등 전체적인 프로듀싱은 물론 고전적인 자화상으로 꾸준히 활동 중인 사진가로서의 역량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연주를 물리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은 없었다. 즉흥 연주를 수십 번 녹음하며 박자가 어긋난 부분과 망설임의 순간을 의도적으로 살리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자의 내면과 자아에 충실한 음악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가장 그녀다운 음악이라는 평과 함께 실력파 음악인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포털 사이트 메인에 소개된 감동과 전율의 타이틀곡 "페르소나 (Persona) (Improvisation No.1)", 광기 어린 듯 건반 전체를 장악하는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에 의심의 여지가 없게 하는 두 번째 트랙 "Mother (Improvisation No.2)", 영화적 시도가 돋보이는 "도피 (Escape)"를 비롯해 지난 앨범의 수록곡 "어그러지다", "부다페스트 (Budapest)", "지울 수만 있다면"을 재편곡해 수록했으며 일부 수록곡에서는 독일 등에서 녹음된 환경음과 그녀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또, 언제 녹음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앳된 목소리로 흐르는 그녀의 데뷔곡 "새벽, 울고 있는 너에게"의 데모 버전을 수록하며 그녀의 레이블이자 초심과도 같은 싱어송라이터 듀오 레인보우 페이퍼를 다시금 전달하고 있다. 사랑스러움은 없다. 일상의 소소함도 없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은 양극의 감정, 어쩌면 우리의 가장 깊숙한 비밀이자 갈망이다. 자신만의 길을 위해 다시 한국을 떠나는 그녀의 소신을 응원하며, 이제 우리는 매혹적인 그녀의 드넓은 행보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