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김가민'의 첫 번째 앨범 [Budapest]
고혹적인 음악가, 고혹적인 연주가, 고혹적인 사진가. 이 모두가 단 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아한 외모와 확고한 색깔을 지닌 아티스트 김가민. 어린 시절부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쌓아 온 다양한 경험은 클래식 전공이라는 이력과 더해져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형성했다. 지난겨울, 실력파 여성 싱어송라이터 듀오 레인보우 페이퍼로 데뷔하며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보컬 등 첫 프로듀싱을 소화해 낸 그녀는 전작에서 잔잔한 공감을 이끌어 낸 만큼 어쩌면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할 수 있었던 가사와 목소리가 생략된 독자적인 연주 앨범을 발표함으로써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즉흥 연주로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작곡법과 연주는 여성 음악인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웅장하고 과감하며 다소 남성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또한 전곡 작곡, 편곡, 연주, 믹싱은 물론 앨범 커버 촬영 디렉팅 등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철저히 혼자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은 놀라움을 안긴다. 앨범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주제로 흘러간다. 과잉된 기억으로 어그러진 자신을 안고 부다페스트로 도피한 여자는 화려함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도시의 향기를 위태롭게 만끽한다. 그리고 다시, 망각에 실패하고 만다. 앨범의 유기성을 위해 주제와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수록곡 일부를 제외하는 등 앨범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전달하려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뛰어난 실력과 미모, 예술적 감각과 고요한 성숙함까지 겸비한 아티스트로 성장 중인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과감히 드러내면서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말한다. 이제 겨우 스물일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녀가 보여 줄 행보가 기다려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