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심리의 풍경을 담다. 카프카(K.AFKA)의 [The Human Psyche](2013) 20세기의 정서와 기법을 응축한 21세기 현재의 록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어쩔 수 없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수밖에.”
2인조 밴드 카프카(K.AFKA)가 작년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K.](2013)를 소개하기 위해 쓴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리고 다음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 [Kafka](2004)와 [Nothingness](2007)를 잇는 세 번째 정규앨범이고, EP [The Most Beautiful Thing](2010)과 싱글 [K.](2013)까지 포함하면 다섯 번째 작품이다. 더하여 카프카의 곡들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영감을 준다는 사실도 짚어야겠다. 카프카의 음악은 어떤 사유와 감성에 기반하고 있으며, 미술과 영상과도 선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다림의 결과를 말할 때가 되었다.
일렉트로닉, 트립합, 인더스트리얼, 그리고 고딕의 기법을 품은 록이라고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카프카의 강점은 사실 감성과 기법의 자연스러운 만남에 있었다. 이번에도 이들은 특정한 요소나 트렌드를 위하여 음악을 활용하기보다는 음악의 핵심인 송라이팅을 중시한다. 그리고 그간 쌓여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운드의 진일보를 꾀했다. 권력자들에 대한 공격적 은유를 담은 ‘유령’을 앞세운 이 앨범을 굳이 듣는 자의 편의를 위하여 정리하면 앞서 말한 두 지향이 두 축으로 집약되어 표현되고 있다. 한 축은 강렬한 소리와 율동이고, 다른 한 축은 탐미적 고독의 정서이다.
헤비 인더스트리얼이라 할 ‘Beyond The Ruins’를 비롯하여 ‘Wreck’과 ‘Flat Out’처럼 객석을 출렁이게 할 리프와 공세적인 보컬은 한국에선 카프카가 아니면 거의 들려주고 있지 않은 유형에 속한다. 한편 우울하고 진지한 서정이 ‘Float’과 ‘Disappear Into Oblivion’의 앨범 버전 등을 통하여 표출되는데, 이것은 첫 번째 앨범, 예를 들면 ‘The Other Dimension’부터 일관되게 흘러온 무드이다. 이 두 축이 만나는 장면들은 미니스트리(Ministry)와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를 넘어 노르웨이의 씨어터 오브 트래저디(Theatre Of Tragedy)의 융합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Erase’와 ‘Blackhearted Angels’는 긴 시간과 먼 거리를 관통하여 씨어터 오브 트래저디와 영국의 파라다이스 로스트(Paradise Lost)처럼 고딕/고스메탈 선구자들의 진취적이고 어둡고 탐미적인 사운드까지 연결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론적 감상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카프카는 기법에 정서를 복무시키거나, 정서를 위하여 기법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정서와 기법이 자연스럽게 만난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한다. ‘음악은 수학의 공식이 아니다’라고. 앨범커버아트만큼이나 진일보한 음악을 선사한 카프카는 욕심 많은 음악인들답게 벌써부터 아쉬움과 음악에 대한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만큼 노련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작 본인들은 벌써부터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카프카를 기다려온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음악의 풍경을 그려보라.”
- 나도원 (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준비위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