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경 정규 4집 ' 마가이아움(Magaiawomb)' 내 안의 여신을 모시는 진언, 움 마가이아움
안혜경은 구비구비 섬진강을 물안개가 감싸 도는 지리산 노고단 아랫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화엄사 계곡을 낀, 동묏산 중턱의 땅을 갈아 나무집 짓고 밭을 매었습니다. 흙 두덩을 올리고 이랑을 만들어 가지, 감자, 완두콩, 오이, 고추, 피망, 호박, 부추, 쑥갓, 도라지, 딸기, 박하, 토란, 토마토, 허브들을 심어 스스로를 먹이고, 나누며 수레국화, 양귀비, 마가렛, 금녕화, 천일홍, 백일홍, 금잔화, 금계국, 송엽국, 애기 범부채, 장구채꽃, 참나리, 매발톱, 엉겅퀴, 아이리스들로 봄여름가을 없는 천상의 꽃 잔치를 벌입니다. 노동과 나눔과 아름다움이 피고 지는 이 움터가 그녀에겐 성소처럼 보입니다.
안혜경의 네 번째 음반 “마가이아움”은 그녀가 서울 생활을 털고 지리산에 정착한 후, 첫 음반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역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우리들의 언니, 우리들의 여신들을 작정하고 불러 내려 합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일곱 빛깔의 여신 찾기 여정입니다. 이번 작업이 이곳 노고단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우연만은 아닌 듯 합니다. 지리산 능선의 고봉인 노고단은 ‘노고’ 즉 우리의 창조 신화 속 큰 여신,‘마고’를 모시던 성단입니다. 노고단을 잇는 천왕봉엔 마고 성모상이 모셔져 있고 두 봉우리 사이엔 신선들의 땅이라는 마고城이 자리해있으니 그녀가 깃든 곳은 콕 집어서 마고의 자궁 자락인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왜 여신이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모튼에 따르면“여신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일부분이며. 내 존재의 신성함을 인정하고, 내게 자긍심을 주어서 우주와 사람들을 나의 여성자아를 통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여신 찾기의 여정은 바로 나를 찾아 온전히 세움에 다름 아닙니다. 먼 곳도 아닌 바로 우리 역사와 신화 안에서 닮고 싶은 롤 모델을 찾아내는 일, 더구나 그 존재를 노래로, 진언으로 소리 내어 부를 때 우리는 그들의 지혜와 생명성, 보살핌과 영성, 그리고 관능성까지 내 안으로 받아들여 내면화시킬 수 있을 것을 것입니다. 마고의 움 터에 깃들어 경작하고, 나누고, 품으니 절로 터져 나오더라는 만트라,‘마가이아움’ 부터 불러봅니다.
저는 이번 음반, 마가이아움의 진화와 성취가 참 기쁩니다. 가부장제가 아프고 서러울 때 세상과 맞장뜨기가 고단하고 지칠 때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막막할 때 매혹적이고 지혜로운 왕언니들이 색깔 별로 나타나 기댈 어깨를 내어주고, 등 두드려주고, 손잡아 줄터니 말이죠. 그 든든하고 황홀한 여정에 여러분도 함께 하시길…
- 제미란 (흙을 불로 굽고, 천을 잘라 날개옷을 만들어 입히는 '길위의 미술관' , '나는 치명적이다' 의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