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이 괴이한 건, 극단적인 순수함 때문이다. 정형근 7집 [바닷물 먹지마]
오! 나의 에드우드
정형근은 예순을 앞두고 있는 초로의 록커다. 이번에 통산 일곱 번 째 앨범을 발표하면서 그렇게 되었다. 1979년 처음 데뷔했을 때 그는 극단적인 순수를 쫓던 포크 싱어였다. 90년대에는 아방가르드와 재지한 팝음악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40억년 후에’같은 명곡을 남겼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평생의 숙원이라 여겼던 칼리지브란의 [예언자]를 노래로 만들었다. 이제 거의 도인의 수준으로 희미해지려는 순간 그는 홍대 씬을 만났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2011년 앨범 [효도탕]은 정형근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다. ‘엄마의 가슴으로 돌아갑니다’같은 순수와 ‘까꿍 대한민국’같은 통쾌, ‘환승’같은 독특한 예술적 지향이 함께 있었던 일종의 정형근 베스트 같은 앨범이었는데 거기에는 무엇보다 ‘Sexing’이 있었다. 지렁이처럼, 뱀처럼, 사자처럼, 교미하라 하고,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섹스할 수 있다고 종용하는 그의 선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섹스가 나오고 자지를 발음해서 놀란 게 아니라 툭툭 던져놓는 농담들 사이로 가부장제와 권위주의로 똘똘 뭉쳐 굳어있는 역사가 풀어져 흐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전복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번 앨범 [바닷물 먹지마]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Sexing’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툭툭 내뱉는 농담들, 저자거리의 웃음들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면서 묘한 페이소스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음악은 다급한 록음악이다. 정말이지 모든 게 전복이다. 가사들의 면면, 창법의 방향, 편곡까지. 예를 들면 기타의 리프가 등장할 때에 플룻이 파워코드를 거친 호흡으로 해치워낸다든가 삼성회장 이름과 라임을 맞춘 가사가 거침없이 쏟아진다거나 낯뜨거워지는 단어들이 일상어가 되어있다거나, 앨범 끝까지 분노한 사운드 톤을 유지한다거나. 이건 마치 밥 딜런이 너바나를 연주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록커의 탄생이다. 그야말로 60년 동안 숙성된 펑크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 현실에서 이 앨범이 대중적 관심을 받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여러모로 대중적이었던 지난 [효도탕] 때에도 그랬는데 전복적 에너지로 가득 찼으니 오죽하겠나. 벌써부터 귓가에 사람들이 수근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상해, 괴상해, 창법이 괴이해, 너무 적나라해, 국적도 없고 계통도 없는, 장르가 뭐야, 똥 오줌이 너무 많이 나와, 너무 단순해, 이게 무슨 음악이야…… 정말 이런 반응으로만 가득 찬다면 이 앨범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무지막지한 펑크니까. 펑크는 세상과 서걱거리는 무엇이 있어야 하니까. 서걱거리면서 세상을 부정하니까. 그래서 아주 조금 세상이 좋아질지도 모르니까…… 이 앨범은 이 세상 몇몇 사람들에게만은 반드시 세상을 좋아지게 만들 순수한 무기이다.
- 전자인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