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홍대?
해묵은 오해와 편견에 대한 대한민국 인디 특별시 부산의 대답. – ‘특별시 부산’
‘인디 indie’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홍대 앞’을 연상시킨다.
허나 트랜드를 쫓아 주류 제도권에 진입하려 경쟁하는 팀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디의 경계조차 흐릿하고 무색해지고 있는 홍대 앞 인디 씬을 둘러보면, 미국의 LA, 씨애틀, 영국의 멘체스터, 브리스톨처럼 어딘지 다른 색깔과 냄새, 감성을 품은 건강한 로컬 씬이 과연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라는 질문이 생긴다.
현재 항구도시 부산을 기반으로 매스미디어의 열화와 같은 무관심속에서도 묵묵하지만 치열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펼쳐오고 있는 10 개의 로컬 팀이 참여한 부산인디 컴필레이션 앨범 ‘특별시 부산’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인디 씬이 형성되기 이전 80년대 헤비메탈 전성기 때부터 대표적인 락 씨티의 명성을 떨쳐왔던 부산은 90년대 후반 부산 1세대 인디밴드들의 연합 ‘갈매기 공화국’을 결성해 과거 British Invasion을 연상시키는 서울침공을 시작했다. 공중파 TV 프로그램 탑 밴드2의 우승팀이자 각종 대형 락 페스티발의 종결자인 피아. 두 장의 명반을 발매하고 2013년 두 개의 대중음악상을 차지한 정차식이 보컬로 활동했던 귀곡메탈의 전설 레이니 썬, 수많은 히트 드라마 O.S.T 작업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에브리싱글데이, 10여년 만에 깜짝 재결성 되어 건재함을 과시한 밴드 앤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특별시 부산’에 참여하고 있는 10개의 부산 로컬 밴드와 싱어 송 라이터들 역시 부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을 무대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문화적 메인스트림인 서울침공에 성공했던 ‘갈매기 공화국’ 선배들보다 훨씬 더 발칙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그들의 고향 부산을 또 다른 ‘메인스트림’ 으로 일으켜 세우려는 시도들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신의 솔로 앨범과 함께 이효리 신보에 작곡가로 참여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악랄한 노랫말과 경쾌한 멜로디로 무장한 블루스 컨츄리 계의 음흉시인 김태춘, 보기 드문 순정마초적인 감성을 담은 부산 사나이의 발라드 ‘문제없어요’ 로 전국의 이혼녀와 에이즈 보균자들에게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천재이자 곱고 맑은 영혼 김일두. 시적 감성으로 가득한 싱어송 라이터 김일두의 거칠고 더티한 락앤롤 감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다국적 rock &roll 연맹 GENIUS,
런 캐럿, 게토밤즈 출신의 부산 펑크의 조상 현민호를 중심으로 뭉친 진정한 또라이 펑크의 결정체 STONED. 8명의 대식구들이 일사분란하게 전국의 라이브 클럽은 물론 온갖 집회 현장과 시장바닥, 해운대 광안리 버스킹 등 무대 비슷해 보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부산 최고의 스카 밴드 SKAWAKERs,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부산 펑크 씬에 젊은 피를 수혈 중인 신흥 강자 YELLO LOKO. 언뜻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부산 사내들의 가슴 속에 숨겨진 해사한 소년의 감성을 펼쳐 보이는 감성듀오 부산아들.
유려한 멜로디와 탄탄한 연주실력. 귀여운 비주얼까지 겸비한 스케이트 펑크의 강자 SIDECAR, ‘특별시 부산’ 앨범을 기획한 고양이 레이블과 함께 부산의 인디레이블 ‘블랭크 레코드’와 ‘베드 테이스트 레코드’를 각각 꾸려가고 있는 스카펑크의 신성 RUN-X 와 메탈시대의 영광을 지켜가려는 ZOMBIE CULT APOCALYRSE 이상 10 팀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특별시 부산’ 그들의 고향 부산에 새로운 메인 스트림이 형성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만든 앨범이다.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단지 음악이라는 이유만으로 나고 자란 고향을, 부모님과 친구들, 한강이 대신할 수 없는 바다와 순대국과 냉면이 대신할 수 없는 돼지국밥과 밀면을, 모두 등지고 떠나야 하는 것만이 과연 답일까 오랫동안 고민해왔을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싸움이다. ‘특별시 부산’ 앨범이 마치 출사표처럼 비장하게 느껴지고, 있는 힘껏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유다.
여름 바캉스의 수도. 해운대 백사장과 광안리의 야경, 자갈치, 남포동, 바닷바람을 머금은 싱싱한 회 한 점. 등등이 지금껏 당신이 부산을 찾았던 이유였다면 이제부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은 오랜 시간 고향을 지켜온 로컬 밴드와 뮤지션들이 부산대와 경성대, 서면 일대에서 싱싱한 활어처럼 펄떡이며 노래하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인디 특별시다.
- the street writer 방 호 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