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밴드로의 진화, 그리고 새로운 챕터의 시작
2009년 결성 이후 2012년까지의 칵스(THE KOXX)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단 몇 차례의 클럽 공연 이후,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선정,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출연을 거쳐, “ENTER”, “ACCESS OK”, 진일보한 음악성과 사운드 메이킹, 편집광적으로 치밀한 편곡이 돋보였던 “bon voyage”까지 세 장의 음반과 일본, 태국, 중국, 싱가포르 등 계속된 해외 음악 페스티벌에서의 러브콜과 미료, 포미닛, 처진 달팽이(이적+유재석)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다양한 컴필레이션 참여까지. 칵스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들을 지난 3년 동안 이뤄냈다. 2013년을 앞두고 이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병역의 의무를 하루라도 빨리 이행하여 보다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발판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2012년 12월 30일 카운트다운 판타지 출연을 마지막으로 잠정적인 휴지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밝고 따뜻한 감성 속에 아픔이 숨어있는 성장기의 잔혹동화
이들은 지난 3년 간 모든 것을 함께한 밴드와 잠시 떨어져 갖게 된 각자만의 시간을 개인의 관심과 음악적 욕심을 표출하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의 시간으로 만들기로 다짐한다. 칵스의 기타리스트로서 독창적인 프레이즈와 멜로디를 만들어 온 이수륜이 그 첫 번째 타자로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게 되었다.
칵스를 통해 선보인 그만의 독특한 기타 연주와 송라이팅은 항상 예상을 뒤엎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화려하고 꽉 채운 사운드가 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어쿠스틱 기타와 속도감 있는 퍼커션의 인터플레이가 놀라운 연주곡 ‘forest’로 음반의 포문을 연다. 그리고 이어지는 ‘잎파랑이’에서는 그 동안 감춰두었던 미성의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준다. 겨울이라는 계절과 초록의 잎사귀를 통한 그만의 은유는 우리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칵스의 이수륜과는 사뭇 다른 감성을 전한다. 이러한 동화적 감성은 지난 칵스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솔로 음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나비벌’에서 빛을 발한다. 벌을 사랑한 나비가 자신의 날개를 잘라내면서까지 사랑의 완성을 바라는, 다소 잔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집착을 몽환적인 가사로 표현해냈다. 오지은과 함께한 ‘라푼젤’ 역시 “동화일기”라는 음반의 타이틀에 걸맞은 몽환적인 트랙이다. 화려한 연주나 기교보다는 담담한 연주와 무미건조한 듯 읊조리는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넓고 복합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선사한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인 ‘empty’ 그리고 불면증에 힘들어하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수면에게’ 역시 새로운 감성과 동화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번 미니앨범의 작업은 칵스의 프론트맨인 이현송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밴드 멤버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좀 더 발전해 나가는 서로를 위해 이현송은 보컬 디렉팅과 퍼커션 연주, 전체적인 음반 제작을 함께 하는 프로듀서로서 역할을 했다. 이번 이수륜의 솔로 데뷔 이후, 최근 JYJ 김재중의 솔로 앨범에 작/편곡자로 참여한 SHAUN, 새로운 프로젝트 밴드를 준비하는 박선빈, 자신만의 음악을 시작하는 신사론의 행보 역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