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이 움츠린 몸을 틔우는 찬란한 계절, 우리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뮤즈’!
곡선의 미(美)가 느껴지는 유려한 선율 그리고 모든 예술을 끌어안은 고풍적인 노랫말의 조화
Lucia(심규선)의 손 끝에서 피어난 봄의 전령, EP [꽃그늘]
오직 오프라인 CD에만 수록된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최초 데모버전 등 2곡의 보너스트랙
한 권의 시집을 연상케 하는 스페셜 패키지 !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찬란한 봄과 함께 그녀가 돌아왔다. 지난 해 가을, 오롯이 자신만의 역량으로 가득 채운 미니앨범 ‘Décalcomanie’를 세상에 내어놓은 그녀는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외투를 벗고 홀로 서는 데 성공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와 어지러운 멜로디가 난무하는 이 때, 한 떨기 백합을 떠오르게 하는 특유의 우아한 선율과 섬세한 노랫말은 이제 ‘Lucia(심규선)’라는 이름이 아니고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녀만의 전유물이 되었다.
이번 앨범은 그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봄’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다. 메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는 촉촉함, 설익은 열매의 풋풋함 그리고 나른한 공기의 온도가 느껴지는 트랙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과 예찬으로 점철되어 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계절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이 앨범은 그녀 자신이 상기하듯, 흐드러지게 완연한 그런 봄보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추위가 찾아드는 초봄, 꽃잎과 새순을 더불어 모든 것들이 새롭게 잉태되는 시기에 더 적합하다.
‘뮤즈’의 귀환 – 노랫말에 담아낸 문학의 향기, 그리고 유려한 선율로 다가오는 신비함의 경지
앨범의 모든 것들이 갓 찾아온 수줍은 봄을 노래하고 있지만, 단 하나 완연히 성숙한 것이 있다면 바로 멜로디와 노랫말, 그리고 한층 농밀해진 가창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질 수 없는, 터질 듯 무르익은 그녀의 음악적 세계를 드러내고 있어서 그리스 신화에서나 볼 법한 음악과 미술과 문학의 여신 ‘뮤즈’가 절로 떠오르게 된다.
물 위를 걷는 듯 가벼우면서도 유려한 선율 위에 덧입혀진 노랫말들은 ‘뮤즈’로서 그녀가 추구하는 어떤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고은 시인의 시 구절에서 제목을 따 온 ‘사과꽃’, 5월에 타계한 故 피천득 시인을 기리는 ‘5월의 당신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속 나무의 이름을 본뜬 ‘실편백나무’, 그리고 로르카와 보들레르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보너스 트랙의 ‘오스카’까지. ‘노래와 시는 본래 하나였다’는 말처럼 모든 예술의 분야를 자신의 능력 안에서 전방위적으로 아우르고자 한 그녀의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꽃그늘’이라는 앨범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화려하면서도 서글픈 봄의 이면은 타이틀곡 ‘그런 계절’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에 두고 탄생한 이 곡은 빠르고 마이너한 코드로 전개되는 피아노 가락과 현의 어울림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길었던 겨울을 지나 마침내 찾아온 계절, 이미 떠나버린 누군가로 인해 형벌처럼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마음은 꽃이 만개할수록 더욱 짙어지는 ‘그늘’과도 같다. 속삭이듯 절규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오래도록 머무르는 이유다.
이러한 분위기의 극대화를 위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구성으로 제작되었다. 세로쓰기로 적힌 가사와 손에 감기는 종이의 질감, 옛 시첩을 연상시키는 앨범의 실물은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풍미를 한껏 드러내며, 사진작가 ‘표기식’의 감성 가득한 꽃 사진들은 두말할 것 없이 그 소장가치를 더한다. 여기에 오직 오프라인 CD에만 수록된 그녀의 대표곡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 가요?’ 최초 데모버전과 또 한 곡의 보너스 트랙 ‘오스카’ 그 특별한 빛을 더욱 발산한다.
세상의 모든 새로움이 곳곳에 스며드는 이 계절.
스스로의 허물을 다시 한 겹 벗어내고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 ‘뮤즈’ Lucia(심규선), 개화(開花)를 앞둔 그녀의 음악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