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분명 6개월동안 끊었다던 담배에 천연덕스레 불을 붙이며 말을 이어갔다. 방금전까지 자신의 의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한시간도 넘게 강의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금연 성공사실에 대한 가열찬 열변을 토해내었던 것이 기억났다.
"소통(疏通)같은 말은 어차피 기만 아니냐는 거야. 오히려 소통같은건 인류의 역사에 단 한번도 존재한 적 조차 없어! 소통(疏通)은 커녕 우린 고통(苦痛)의 시대에 살고 있을 뿐이야!"
그는 말을 마치고 깊게 빨아들였던 담배연기를 '푸�'하며 뱉어냈다. 이 남자는 대체 누굴까? 누구길래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걸까. 그는 예의 번뜩이는 눈빛으로 날 이리저리 쏘아보더니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이렇게 말을 했다.
"내가 누구냐고? 난 위대한... 아니 우리는 필살의 헤비메탈이야! 우리가 부끄러움 따윌 느낄 것 같아? 이 더러운 쓰레기야!"
그의 준엄한 꾸짖음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대체 무슨말이 하고싶은걸까. 사실 나는 내가 왜 욕을 먹는건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박력이 나를 그대로 앉아있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매직핑거(Magic Finger)가 뭐냐고?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아."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끅끅대며 웃다가 갑자기 휴지를 꺼내어 코를 풀더니 그 휴지뭉치를 나에게 던지며 이렇게 소리쳤다.
"힐링(Healing) 좋아하네! 내 킬링(Killing)이나 받아라!"
그렇게 휴지뭉치를 던진 후 허공을 보며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줄게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웬 시디 한 장을 던져주었다. 별 생각없이 받았다가 그 구역질나는 혐오스러운 디자인에 나는 눈쌀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딴걸 디자인한 사람은 누군지... 무슨생각으로 이딴 더러운...
“이걸 팔아와라.”
그는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이죽거렸다. 불현듯 이 사람이 지금 피고있는게 담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금연은 사실이었단 말인가?!
“당근 수고비같은건 없다. 팔아와.”
그래서 이렇게 나는 이 시디를 들고 이렇게 나왔다. 필살의 헤비메탈 피해의식의 첫번째 싱글 앨범 [매직핑거]! 지옥의 하청업체인 주식회사 [지하노역장] 레이블과 함께하는 첫번째 작품!
[25년전에 만든 노래를 25년동안 작업한 기분... 나의 몸도 마음도 늙었다 - 나잠 수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
[뮤직비디오 감독 이름은 되도록이면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농담이 아니고 여자친구가 진짜 싫어한다. 여자친구가 좀 보수적인 편이라서... - 이재준 (매직핑거 뮤직비디오 감독)]
[형, 저 페이스북 엄마랑도 친구에요... 제 이름 되도록이면 안나오게 좀 해주세요 - 박철희 (지하노역장 수석 디자이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