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드러머 박형근. 그의 첫 음반. 'OPEN THE DOOR'
잔뜩 담아뒀던 따뜻함과 섬세함과 사랑이 문을 열고 나온 음악!
그의 음악은 감성적인 동시에 따뜻하다. 수록된 곡의 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2번 트랙인 'Dream of Veronica' 는 그의 옆에서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쓴 발라드 곡으로 세련되면서도 애틋한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아내를 만나는 어느 행복한 봄날 저녁' 은 횡단보도를 사이로 아내와 마주보면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뻣뻣한 한국 남자의 어색하고 수줍고 설레는 마음이 녹아있는 곡이다. 'Meet Max' 는 전설적인 드러머 Max Roach를 만나러 가는 드러머 박형근의 여정이다. '부석사 가는 길' 은 3박자 스트레이트 곡으로 그가 추구하는 동양적인 음(音)의 흐름을 잘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의 섬세한 필력은 그의 곡 작업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세련된 음과 음의 여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올 해 7월에 그의 소설집 ‘나의 20인치 다크 K 라이드 심벌즈’를 출간한 바 있다.
그의 문학적 기질대로 음반에 수록된 곡들의 배치는 치밀하다. 의뭉스럽게 시작해서 심연으로 깊이 들어가서는 경쾌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선 집약된 에너지로 한껏 북돋아 놓고는 다시금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듣는 이를 안내하여 차분히 해소시켜준다. 그야말로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정통 재즈의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2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작곡인 점을 보면 그는 어쩌면 드러머보다는 음악가(Composer)에 가깝게 여겨진다. 그는 자신이 쓴 곡 위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포근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런 그의 터치는 듣는 이를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는 5번 트랙인 'Meet Max'에서 자신이 밥(Bop)재즈를 바탕에 두고 있는 드럼을 연주하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뽀송뽀송하고 낭만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듯, 힘차게 밀어붙이는 좋은 주력을 슬쩍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는 한동안 음(音)의 깊이에 집착하며 살았다고 한다. 사로잡힌다거나 심취한다거나 하는 말이 아닌 집착 말이다. 그런 그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당당하게 문을 열고 나왔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이번 그의 음반은 삶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