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꽝꽝나무에 기댄 자전거처럼 은둔하며 살아가는 여행자, 시인이며 순례자 임의진이 들려주는 <자전거 여행>. 사랑받은 <기차 여행>에 이어 시리즈 두 번째. <여행자의 노래> 곁가지. 온 세상 모든 아름다운 자전거 노래들. 노포크 앤 웨스턴, 손드레 블라트란드, 레디칼 페이스를 비롯 웨일즈어로 노래하는 메익 스티븐스 등 숨은 보석 같은 노래들. 자전거에서 내리면 이 고요하고 쓸쓸한 노래를 들으라. 귓불과 등을 쓰다듬는 위로와 치유의 음악을...
두 개의 귀, 두 개의 스피커, 두 개의 바퀴로 구르는 여행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애교스러운 끝말이 다디단 초콜릿 같던 노래, 입에 달달한 이 노래처럼 우리네 일상 속에 깊이 자리한 길동무 ‘자전거’. 시인이자 순례자, <여행자의 노래> 선곡자인 떠돌이별 임의진, 그가 <기차 여행>에 이어 두 번째 컬렉션 <자전거 여행>을 들고 찾아왔다. 시리즈의 두 번째 선물은 오랜 날 기다린 보람을 부족함 없이 충족시켜주는 트랙들로 반짝거린다. 임의진의 삽화와 자상한 곡설명은 게다가 ‘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데는 이만큼의 경지가 없을 노포크 앤 웨스턴, 자전거 여행자이자 오페라틱한 포크신의 주목할 만한 신성 나단 필립스,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슴에 오래 남을 곡을 들려주고 사라진 팀 키간, 자전거 벨소리가 따듯하게 울려 퍼지는 저스틴 패른의 낭창한 목소리, 바짝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속삭이는 듯 얘기하는 제이미 바네프트, 북유럽 노르웨이의 멋진 신사이면서 KKV 레이블의 리더격인 손드레 블라트란드, 실험 음악속에서 찾은 부드러움의 극치 레디칼 페이스, 미얀마 등 세계 오지를 떠돌며 평화운동을 펼치는 가수 타마스 웰스, 로스앤젤리스에 정착하여 차츰 알려지기 시작한 포키 해롤라 로스, 재즈풍으로 고든 라이트풋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재즈 싱어 로리 컬른, 독일어로 크라이슬러의 명곡 ‘사랑의 슬픔’을 들려주는 라 보이진, 남미 칸시온을 대표하며 ‘여행자의 노래’에도 소개된 바 있는 마르타 고메즈,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칸 론 응콤바가 노래하는 고향 이야기, 뉴욕에 사는 러시아 여인 미라는 북구의 비장한 정서를 녹록하게 노래한다. 이밖에 신보 타이틀을 자전거로 잡아 흥미로운 샹트레 팁, 안정된 기타와 목청으로 자전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빈 머독, 압도하는 컨트리 포크의 진수를 들려준 요라 마커스는 보너스 트랙...
떠돌이별 임의진은 유명한 아무개나 거드름 피우는 일에는 도무지 관심도 인연도 없다는 듯 뒤안길만을 찾아다니면서 그곳에서 진실을 구하고 평화로운 우정을 만끽한다. 최신형 승용차보다는 빈티지 자전거를 사랑하고, 휘황찬란한 아름다움과 허세보다 소박한 매력과 겸손한 가슴을 지닌 사람들과 교감한다. 두 바퀴 자전거와 두 개의 스피커는 언제나 떠돌이별의 의지처. 외롭고 먼 길을 떠나면서 듣는 노래는 구슬프고 애잔하다. 변두리 시골동네를 바퀴살 찰차르르 구르며 달리는 소리가 고요하고도 적적하다. 그러다가 반가운 친구하나 만나면 카페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수다 떨며 차 마실 때 음악을 좀 아는 카페 주인이 틀어줄 것 같은 그런 노래들...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만큼의 인연들을 사랑하였네
<기차 여행>에 이어 <자전거 여행>이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시베리아와 이베리아에서 돌아왔다.
최근에는 파리 외곽 갈리니역과 시골 도몽에서 머물렀다. 비가 그치면 당신이 생각날 때마다 자그만 창문을 열듯
자전거를 꺼내 굴렸다. 자전거가 없었다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이제는 이 산골 집에 돌아와 저 아랫동네로 펼쳐진
신작로 길을 오가면서 자전거를 탄다. 다르릉 다르릉... 아리엘 도르프만의 <산띠아고의 마지막 왈츠>를 읽다가도,
시인이 노래한 슬픈 혼례식을 읽다가도 나는 여름에 덮는 홑이불 같은 자전거가 금세 그립다.
책을 덮고 자전거에게 다가가 인공호흡을 하듯 공기를 쑥쑥 집어넣으면 자전거가 되살아난다.
할배의 고추말뚝을 박는 소리도 휙- 지나치고 구름아래 아옹다옹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목소리도 뒤로하면서 자전거는 나간다.
사랑했다. 이 세상의 모든 가난한 기억들을... 이 자전거와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만큼의 인연들을 사랑했다.
저물녘 집으로 돌아와 자전거에게 선물하는 사운드 트랙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식 같은 게 자전거인지라 대부분 언플러그드와
가만가만 까치발로 페달을 미는 고요한 노래들... 세상의 시끄러운 노래들은 취기가 아니면 듣기 괴롭다.
사랑할 때 말고는 당신도 목소리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쓸쓸하고 허전한 눈빛을 가진 여행자여!
당신에게 이 노래를 선물한다. 누구보다 뜨겁고 외로울 생에게 이 노래를 안겨 주마. 어머니별의 혈액인 등유 경유 휘발유,
무서운 원자로의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탈 것들을 버리고 숨듯 떠나가듯 살아가는 당신과 내게 선물하는 이 순정한 자전거 소리...
안녕.
2012년 여름 담양 산골에서
떠돌이별 임의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