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에 떨어지는 빗소리, 생선 굽는 소리 그리고 스페이스 에코, 딜레이의 엠비언스까지 일상의 숨겨진 소리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다정한 말을 건네는 [Slow Diving Table]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거침없고 솔직한 음반
- 제주에서 얻은 자연의 소리를 소규모아카시아밴드만의 색깔로 담아낸, 2년 만의 정규 5집 발매!
- 더욱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향한 새로운 시도, 미국 Golden Mastering Studio에서의 마스터링 작업
- 오직 오프라인 CD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3곡의 미공개 보너스 트랙 수록!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곡을 쓰는 김민홍과 가사를 쓰는 송은지로 이뤄진 2인조 밴드다. 김민홍은 강경덕과 함께 노이즈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단편숏컷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송은지는 '이야기해 주세요'라는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과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Slow Diving Table]은 밴드가 2년 만에 발표하는 다섯 번째 정규 음반이다.
[Slow Diving Table]의 청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낯선 노이즈 사운드다. 얼핏 아무렇게나 찍은 신시사이저 루프처럼 보이는 이 소리는 기타 앰프 노이즈로 만든 소리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은 우물을 파기보다 주사위를 굴려 여행을 다니듯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처음엔 소녀들의 베개 옆에 어울릴 법한 조곤조곤한 팝 음악을 들려주더니 어느 순간 그 팝은 훵키한 리듬을 달고 소녀들에게 일어나 춤추라 얘기한다. 그리고 지난 음반 [Ciaosmos]에서는 나니아 연대기에서 루시의 벽장이 열리는 것처럼 낯선 세계의 소리가 조금씩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들은 그 세계가 실은 다른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평범한 삶의 풍경이라 말한다. 'Life is noise'. 이는 지금 여행지를 탐험하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여행지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 온 [일곱날들]이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을 새로 그린 음반이라면 [Ciaosmos]부터 콜라주처럼 소리를 모으고 자르고 붙이는 실험이 시작된다. 실험은 [Slow Diving Table]에서는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프로젝트 단편숏컷의 영향이 느껴진다. 단편숏컷의 강경덕은 [Slow Diving Table]에서 소리 채집과 편곡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정교하게 계산되고 다듬어진 공산품이라기보다 문득 지나치는 풍경을 메모장에 적은 우연과 감정의 부산물이다. 여기에는 아람볼 해변의 바닷소리나 제주 작업 첫날의 밤하늘 같은 순간의 기록부터 스페이스 에코와 딜레이를 건 앰비언스나 기타와 베이스 앰프 노이즈를 사용하여 만든 비트처럼 수차례 실험을 통해 나온 소리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만들어진 소리가 담겨 있다. [Slow Diving Table]의 사운드는 직접 웨이브테이블을 보고 아날라이즈를 돌려가며 계산해 만들기보다는 오직 귀에 의존해 소리를 채집하고 실험하고 그 사이에서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소리를 만드는 과정은 조물주가 되어 소리를 만든다기보다 숨어있는 소리를 발견하고 함께 어울리며 친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Slow Diving Table]은 다른 세계와 단절된 스튜디오에 들어가 작업하기보다 대부분 일상적인 공간에서 뒹굴듯 녹음한 음반이다. 여기에는 소리라는 친구와 스스럼없이 보낸 순간이 로우파이하게 거침없이 담겨 있다.
늘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을 다니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에게 나침반이 있다면 그건 노래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부터 지금까지 이들은 늘 90년대 소년 소녀들이 수줍게 마음을 건넬 때 부를법한 노래를 만들어 왔다. 모하비(Mojave3)나 매지 스타(Mazzy Star)처럼 맨발로 꿈길을 걷듯 나긋나긋하고 사랑스러운 노래. 김민홍이 채집하고 자르고 붙인 사운드 위로 섬세하게 고른 송은지의 작고 상냥한 문장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여전히 좋은 팝밴드로 불려도 좋을 이유다. [Slow Diving Table]에 실린 곡은 아무도 없는 여행지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그전엔 깨닫지 못한 마음의 울림을 확인하는 순간이 담겨 있다.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가던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자신이 부르고 싶던 진심이 무엇인지 깨닫는 그런 순간 말이다.
[Slow Diving Table]에 빼곡히 실린 소리의 결을 훑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관계 맺음에 관한 생각을 했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나와 당신의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소규모) 주변의 풍경을 서둘러 지나치지 않으며(아카시아) 이 순간을 함께하자(밴드) 얘기한다. [Slow Diving Table]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다섯 번째 정규 음반이라 얘기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이 음반은 단절된 순간의 기록이라기보다 이들이 걷고 있는 긴 여행의 풍경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긴 여행에서 그들은 우리를 바람이라 부르고 자신을 새라 얘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 (I'm a Bird, you are the wind, we need each other)
- 하박국 (영기획YOUNG, GIFTED&WACK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