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도 같았던 2년간의 폭주 후 쉼표. 새로운 여정을 예고 하는 터닝 포인트 THE KOXX (칵스) "bon voyage".
still burning… and a new trip will begin. THE KOXX 2nd mini album "bon voyage".
2년간의 시간은 매 일분일초 모든 것이 숨가빴다. 2010년 6월 미니앨범 ‘ENTER’를 시작으로 써내려간 칵스(THE KOXX)의 일거수일투족은 10년 이상 커리어를 갖춘 밴드 아니 한국의 밴드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거침없는 행보였다. 국내외 수많은 공연과 페스티벌 출연, 전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1집 "ACCESS OK", 그리고 미료와 포미닛으로 이어진 콜라보레이션까지. 어느덧 그들은 일본, 태국, 중국, 싱가폴에 이어 유럽과 미국 진출까지 가시권에 두고 있으며, MTV IGGY선정 2011년 아시아 최고의 데뷔 앨범이라는 수식어가 없더라도 동시대 아시아권 밴드 중 가장 주목 받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 정도의 폭주였다면 약간의 슬럼프나 창작열에 고갈이 올 법도 하겠지만, 최근 출연했던 무수한 공연들과 화제 속에 출전 결정한 '탑밴드 2'의 모습들만 봐도 칵스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넥스트 레벨을 갈망하는 원대한 포부(ambition)과 청춘의 열정(energy)은 그들을 다시금 과감한 여정으로 이끌게 했다. 2년 간의 경험과 음악적 도약을 새로운 음반으로 풀어내게 된 것이다.
1집 "ACCESS OK" 이후 1년, 데뷔 미니앨범 "ENTER" 이후 꼭 2년만에 발표되는 두 번째 미니앨범(EP) "bon voyage"의 가장 큰 특징은 좀 더 치밀해진 사운드에 있다. 획기적인 리프를 앞세워 컴팩트한 기승전결을 선보였던 전작들에 비해 복합적이면서도 다양한 구성이 들어갔으며, 포스트록이 어프로치된 다소 침잠되고 어두운 색깔까지 만날 수 있다. 어찌보면 수많은 홍대 씬의 일렉트로 개러지 밴드들을 파생시킴과 동시에 대명사 격으로 각인되어온 칵스의 기존 이미지 심화편 혹은 번외편이란 느낌이 들 정도이다.
"bon voyage"에서 또 한 가지 재밌는 부분은 칵스의 전작들에 비해 한글 가사의 비중이 많아졌다는 것. 이는 그들에게 절대적인 모티브가 되었던 영미권의 트렌디한 음악 뿐 아니라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나름의 관심과 고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특히 동양적인 것들이 우세하며, 이는 전작의 'Oriental Girl'을 통해서도 선보인 바 있다).
첫 트랙 ‘사랑춤’은 공간감이 느껴지는 악기들의 배열 속에 기존의 빠른 흐름과 더불어 샤프함까지 탑재했다. 날렵하면서도 변화무쌍한 프레이즈는 ‘달린다(대표곡 'Over & Over’와 같은)의 인상보다는 ‘떠다닌다’의 느낌이 강하며, 곡의 사이사이 등장하는 과감한 전조와 코드 진행은 새로이 선보이는 섹션들로 주목을 끈다. 코러스의 화음이 이채로운 'Take me far from home'은 드라마틱한 구성과 '이수륜'의 엑조틱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곡. 익숙하고 편안한 현실 안주를 '집'으로 묘사하여 보다 넓고 먼 미지의 곳에 도달하고 싶다는 칵스 특유의 도전정신을 그려내고 있다. 이후 이어지는 곡들은 칵스의 성장은 물론 기존과 차별화된 질감을 극명하게 나타낸 트랙들이다. '소음 속에 사라진'은 '신사론'의 안정감 있는 비트 위에 '숀'의 유려한 건반 터치가 매력적이며, 'Truth or dare'는 본작 중 날 것의 느낌이 가장 도드라진 록 넘버로 보컬 '이현송'의 야수성이 돋보인다.
본작의 골자는 변화가 아닌 진화라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도 누구에게는 다소 낯선 방향으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예상 가능한 방법론으로 보여질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칵스는 여전히 젊기에 늘 고민과 시행착오을 거듭하며, 그 안에서 시도와 도전을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1년 만에 발표되는 본작을 통해 다시금 스타트라인 혹은 터닝 포인트에 서있다.
새롭고 낯선 여행을 즐기자 “bon voyag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