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첫 번째 EP이후 4년 만에 2번째 신작 EP를 발표하는
모던락 밴드 멜로우파크.
전작에 비해 한층 풍성하고 세련되어진 편곡과 감성적인 멜로디라인은 누구나 한 번 들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한 번쯤은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고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매력으로 가득 차있다.
전작이 영국 브릿팝밴드들 특유의 색채가 묻어 나오는 우울함의 정서가 밑그림이 되었다면 이번 EP는 유럽 쪽의 모던락 밴드들 (카디건스나 타히티80 등)에서 보여지는 리듬의 다양함과 통통 튀는 아기자기함, 큐티함들이 더해져 다채로우면서도, 아련하고 화사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일렉트로닉적인 편곡부분을 곡 요소요소마다 적절히 배치하여 곡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이질감 없이 따듯하게 녹여내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이번 EP의 타이틀곡인 첫 번째 곡 [행복하길 바래]는 떠나간 연인의 흔적과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텅 빈 방안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서글픔과 외로움을 견뎌내어 가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노래로써, 사랑과 이별을 열병처럼 뜨겁게 앓아본 사람들의 자화상을 거울처럼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 곡 [그런 날]은 EP발매 전 디지털 싱글로 먼저 발매되어진 곡이며 자신의 모자람으로 인해 가장 소중한 사람을 보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스스로에게 독백하며 답을 얻으려 해보지만 그럴수록 이별은 더욱더 잔인한 미소를 보내온다는 내용으로 곡 전체를 아우르는 풍성하고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편곡이 돋보인다.
누구나 한번쯤은 살아가면서 경험해 보았을 아픔과 좌절, 슬픔을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나른하고 담담하게 절제해서 부른 보컬로 인해서 오히려 가사의 내용이 더욱더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가슴을 찌르고 있다.
휴일 날 연인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듣는다면 즐거움이 배가될, 경쾌한 템포와 밝은 느낌의 [달콤한 너], 그리고 후렴부분의 변박이 개성 넘치는 마지막 곡인 [들리나요]는 포근한 햇살과 피어나는 꽃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러블리한 곡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혹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연인들의 순수하고 풋풋한 수줍음을 가사 그대로 상큼하고 설레이게 노래하고 있다.
기존 멤버들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 음반부터 보컬을 맡고 있는 진 이외에 모던락밴드 더스티블루에서 리드기타를 맡고 있는 남금산이 새로운 멤버로 들어왔고 객원멤버로는 드럼에 김충희가 합류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EP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타리스트 겸 가요 작, 편곡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봉이 편곡 작업에 참여하여 높은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여름이 오기 전 봄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만나는 멜로우파크의 신보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소재를 이야기의 주제로 삼아, 우리들의 마음에 따스하고 포근한 온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이제는 낡고 색 바랜 필름이 되어, 어딘가에 방치되어있을 그날의 눈부시고 아름다운 기억들에 화사한 덧칠을 더해, 다시금 새로운 생명체로 피어 오르게 노래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