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을 마주한 때에 찾아오는 예기치 못한 설렘과 그리움의 잔향이 담긴 이 앨범엔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라는 이름이 붙었다.
흩날리는 봄날의 벚꽃 같은, 봄의 향기 가득한 깊은 감성의 세계 ‘에피톤 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월메이드 팝은 더욱 정갈하고 세련되어졌다. 당신과 함께 나누고픈 12개의 내러티브한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에세이 같이 우리의 기억에 올올한 선명함을 더하며 특별히 ‘그대는 어디에’, ‘이화동’에 이어 한국 대표 여성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이 참여, 기대되는 세 번째 만남을 이루어 내었다.
아쉬운 봄의 끝 어딘가에서, 점점 아련하고 희미해지는 당신의 기억을 이끌어 갈 가슴 뭉클한 이번 앨범은 낯선 공간에서 떠오르는 우리들의 음악이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전하는 그 두 번째 이야기 –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 꽤 멀리 다녀온 여행. 여러 여행기를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은 그 순간, ‘떠나고 싶다’는 이내 ‘떠나자’가 되었고 여권과 티켓, 몇 벌의 옷가지들과 카메라, 노트북 등을 챙겨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벨 시장에서 과일을 사고, 케렌트너 거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새로운 풍경, 사람을 만나고. 오랜 시간, 기억들과도 마주하고. 소리를 듣고, 걷고, 사진을 찍으며 떠오르는 낱말들을 적고, 멜로디를 녹음 하고… 그 시간, 그 공간에서의 기록들과 함께 내 안의 감정, 느낌들을 빼곡히 담으려 했습니다.
객원보컬 중심의 지난 앨범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 이유로 오랜 시간 ‘노래’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하며 제가 만든 것들을 저의 목소리로 조금 더 가깝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러한 결정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좋아하던 것들, 그리고 새롭게 시도해 본 것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악기들의 조합과 편성. 어떤 악기들을 어떻게 연주하고, 어디에 배치할지. 어떤 단어를 어떻게 노래할지. 그리고 최종적인 곡의 공간, 질감에 대해. 늘 해오던 것이지만, 조금 더 오래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어쩌면 혼잣말 혹은 방백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고,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어떤 ‘여행기, 그 기억과 기록’에 관한 것들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혹은 내가 당신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또 어쩌면 새벽의 한 가운데서 중얼거리는 독백이기도 합니다. 나의 하루, 낯선 도시에서의 이야기입니다. 』 .... ....
우연히 들은 소리를 괜히 흥얼대듯 무심코 접한 한 줄의 글에 이끌리듯 손닿은 모든 것들이, 시간에 바래지 않길 나는 너에게 진심을 다해 말해 너를 끌어안고 순간에 맺힌 기억, 열 한 시간을 건너 이곳까지 널 찾아왔어 어떤 모습일지, 잊혀 지진 않았을지 이제 여기에서 어떤 말들을 시작할까? 너를 끌어안고 시간을 담은 기억, 오래 망설였지만 이렇게 난 널 찾아왔어 나를 반겨주길, 환하게 웃어주기를 이제 여기에서 어떤 말들을 시작할까? 꿈같던 시간의 끝에 희미한 너의 모습이 나는 너에게, 다시 너에게
지금쯤 그대는 몇 시를 사는지? 오랜만에 먹는 아침이 가벼워진 나의 마음이 꽤 좋아 보여 느긋한 트램을 타고서 달리면 옆 자리의 꼬마 아이도, 좁은 골목길의 모습도 꼭 그림 같아 아직은 멀기 만한 나의 시간이 졸린 눈을 비비게 해도 스쳐가는 많은 것들을 다 끌어안고 지금쯤 그대는 몇 시를 사는지? 오랜만에 먹는 아침이 가벼워진 나의 마음이 꽤 좋아 보여 지금쯤 그대가 몇 시를 살던지 누구와도 같지 않으니 누구라도 다른 거니까, 큰 걱정 말고
아릿한 건 시간뿐이 아니야 수많은 날이, 산산이 부서져서 얼마나 오래 지쳐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새로운 아침이 혹시라도 꿈을 꾼 건 아닐까 수많은 날이, 산산이 부서지는 커튼 사이로 눈치 없는 햇볕만 눈을 떠보니, 오늘 이 아침이 그래, 그래도 참 반갑구나 했어 난 너에게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래, 그래도 참 다행이라 한 건, 그 시절이 남아줘서 아파할 건 서로에게 맡기자 수많은 날이 다시 찾아 올 테니 조금 기다려 머지않아 이곳에 눈을 떠보면 다음날 아침이
밤새 내린 빗줄기는 소리 없이 마름을 적시고 구름 걷힌 하늘 위로 어딘가 향해 떠나는 비행기 막연함도 불안도 혹시 모를 눈물도 때로는 당연한 시간인 걸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했던 시간을 꺼내놓고 오랜만에 웃고 있는 날 보며, 잘 지냈었냐고 물어 보네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했던 시간의 눈물들은 어느샌가 너의 모습이 되어 잘 지냈었냐고 물어 보네 스쳐가는 많은 계절이 왜 이렇게도 마음 아픈지 모르겠어 그대여, 우리 함께했던 그 많은 시간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모르겠어…
서툰 실력이 늘 힘들지만 오늘 만큼은 내 모든 용기를…, 같이 가자. 우린 모든 것이 다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어디로든지… 이렇게나 많은 짐은 필요 없어 준비되면 이제 내게 말해 함께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수많은 시간의 기적들을 끌어안고 할 수 있는 마음 모두 다해 같이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이 시간이 마지막이야 다정했던 이 도시를, 안녕 꿈만 같던 오랜 시간의 거리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떠나기 전 다시 한 번만 미안했던 마음 저기 두고 언제라도 봄이 온다면 그 땐 사랑한다 할 수 있을까? 떠나자 우리 함께했던, 우리 사랑했던 수많은 날로 다시 걸어가자 그래, 이제 가보자 그래, 같이 가보자 저 멀리 어딘가에 환하게 웃던 날로 가자
유난히 길었던 계절이 가고 아쉬운 봄의 끝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걸, 기억해 말투와 글씨를 알아나가며 그대가 좋아한다던 음악을 듣고 다닌 걸 기억해 그대여 사랑을 미워하진마 우리가 함께했던 계절을 때로는 눈부시던 시절을 모든게 조금씩 빛을 바래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대가 듣던 음악을 다시 또 듣고 있겠지, 오늘처럼
보고 싶은 많은 사람들 늘 쉽지 않은 마음의 용기 언제쯤 보자 또 언제 만나자 기약 없는 약속들이 늘고 무표정한 계절 사이로 너의 모습 내게 다가온다 오랜만이야 참 오랜만이야 길어진 하루 해 끝에 걸음을 늦춰보며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나의 하루는 그런대로 지내 믿을게, 믿을래 그렇게 믿어볼게 잘했다고 우리 그 결정은 잘했다고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나의 하루는 내일도 같은 하루라도 믿을게, 믿을래 그렇게 믿어볼게 이제 그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고 괜찮아 다 괜찮아 지난일이야 마음속 남은 것들은 털어내고 괜찮아 다 괜찮아 지난일이야 슬퍼했던 마음은 이제는 모두 벗어내고
매일 마주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건 여기 있는 많은 사람처럼 우리 헤어지는 일 고마웠던 시간도 서운했을 말들도 마음처럼 그리 쉽질 않아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같이 걷던 길 마주 잡은 두 손과 함께했던 많은 시간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사랑했던 날들이 다시 올 수 있을까? 함께 웃고 울던 많은 날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대여. 그대여 나는 기억해 아직은 우리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