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연구자에서 대중가요 가수로
광복 이전에 발매된 대중가요 중에는 그 작사자와 작곡자는 물론, 가사가 원곡과 다르게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노래가 많다.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 프로젝트는 원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동시에 원곡을 재해석 하는 두 가지 작업을 함께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과거의 것을 복원하는 작업은 그것을 재현하는 것과 더불어 그를 ‘지금 여기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병행할 때 의의를 획득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서 원곡의 당대적 재현과 새로운 변주를 함께 모색하고 시도한 것이다.
현재 단국대학교에 재직 중인 장유정은 대중음악 연구자이다. 이번 디지털 싱글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에서 제작자이자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의 변신을 꾀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대중음악 연구자로서 잊혀 가는 노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록하고 그 노래를 재생시키겠다는 의도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꾸어 온 가수라는 꿈을 이렇게나마 풀어보고자 하는 그의 염원을 음원에 담았다.
1939년 당시 ‘블루스’라는 곡종명을 달고 발매된 <외로운 가로등>은 이부풍 작사, 전수린 작곡, 황금심의 노래로 빅타 음반회사에서 음반번호 KJ1317번으로 발매되었다. 이후에 이 노래는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으나 그 원곡의 가사는 보존되지 않았다. 이번 디지털 싱글에서는 원곡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여, 원곡의 느낌을 현대적으로 살린 원곡 버전과 피아노와 첼로를 활용하여 어쿠스틱(acoustic)한 느낌을 지향한 편곡 버전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신예 작곡가 이수진이 <외로운 가로등>의 편곡을 맡았고, 장유정의 부친이자 70평생 펜화를 그려온 장봉기 화백이 표지의 이미지를 담당했다. 옛 노래책 중에는 노래 가사와 삽화가 함께 수록된 것이 많다. 특히 광복 이후에 간행된 노래책에서 이러한 삽화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이미지도 옛날 노래책 속 삽화의 이미지들을 재현한 것이다. 따라서 옛 노래책을 본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옛 노래책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앞으로 여건이 허락한다면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라는 이름 아래 근대 가요를 다시 부르는 작업이 계속 될 것이다. 이는 잊혀 가는 원곡 가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이자 원로 가요인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hommage)이자 헌정 작업이기도 하다. 그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노래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중가요도 있으므로. 그러므로 부디 잊혀 가는 것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소중한 시간에 동참하시라.
비 오는 거리에서 외로운 거리에서/ 울리고 떠나간 그 옛날을 내 어이 잊지 못하나
밤도 깊은 이 거리에 희미한 가로등이여/ 사랑에 병든 내 마음 속을 너마저 울어 주느냐
가버린 옛 생각이 야속한 옛 생각이/ 거리에 시드는 가슴 속을 왜 이리 아프게 하나
길모퉁이 외로이 선 서글픈 가로등이여/ 눈물에 피는 한 송이 꽃은 갈 곳이 어느 편이냐
희미한 등불 아래 처량한 등불 아래/ 죄 없이 떨리는 내 설움을 뉘라서 알아 주려나
심지불도 타기 전에 재가 된 내 사랑이여/ 이슬비 오는 밤거리 위에 이대로 스러지느냐
디렉팅 & 편곡 : 이수진
레코딩 & 믹싱 & 마스터링 : 최성무(음악공간청미래)
이미지 : 장봉기
앨범 디자인 : 장유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