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기울이는 술 한 잔처럼
데일리 와인 <사소한 위로>
우리 발라드의 감성을 재즈로 풀어낸 편안한 위로 같은 음악
감성 프로젝트 그룹 ‘데일리 와인’의 첫 앨범 [사소한 위로]가 발매됐다. 데일리 와인은 권오경(현 백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조교수)의 1인 프로젝트 밴드로 이번 앨범엔 이원술, 오정수, 이건민, 김홍기 등 국내 최정상의 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데일리 와인은 원래 ‘일상 소비용의 가격이 적당한 와인’을 뜻하지만, 이 팀의 이름은 와인 용어 사전에 나오는 의미와는 상관이 없다. ‘반주(飯酒)’의 영어식 표현에 가깝다. 식사를 하다가 편안히 마실 수 있는 ‘반주’ 같은 음악을 지향하겠다는 의미에서 작명한 것이다. 한 잔의 술이 주는 위로 같은 느낌의 단어다. 앨범 타이틀 [사소한 위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붙여졌다.
앨범의 14곡 모두를 작사, 작곡한 권오경은 데일리 와인의 색깔을 “우리 발라드의 감성을 재즈로 풀어낸 편안한 위로 같은 음악”이라고 정의한다. 성장했던 시절 들었던 들국화, 동물원, 김광석, 유재하, 이문세, 봄여름가을겨울, 이승환, 이승철, 윤종신, 부활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부터 최근의 성시경, 케이윌까지 많은 발라드 음악들은 이 팀 음악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다. 또 하나의 기둥은 바로 권오경이 그간 추구해왔던 음악인 재즈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민희는 “이원술을 비롯해 오정수와 이건민 등 빼어난 재즈 연주자들이 동참했지만 연주는 과잉을 몰랐다. 늘어지거나 난해하지 않아 담백한 조절의 소리가 흘러나왔다.”라고 말했다.
앨범엔 자연스런 악기의 소리를 그대로 담으려 노력했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재즈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앨범의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의 아바타 스튜디오(Avatar Studio)에서 진행했다.
앨범에는 국내 최정상의 재즈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던 기타리스트 오정수, 앨범 [Apres La Tristesse]로 평단과 재즈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 피아니스트 이건민, 최근 클래식과 재즈의 크로스오버 앨범 [Point Of Contact]를 발표해 국내 재즈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베이시스트 이원술, 첫 리더작을 유럽에서 발표했던 실력파 드러머 김홍기가 연주를 맡았다. 노래는 ‘깨끗하지만 어딘가 슬픔이 어린, 봄 같은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예 보컬리스트 김진이 맡았다.
매일 가볍게 기울이는 술 한 잔처럼
Daily Wine <사소한 위로> -앨범 라이너 노트 中
권오경의 새 프로젝트 이름은 ‘데일리 와인’이다. 첫 번째 앨범 <사소한 위로>는 그가 직접 선율과 가사를 쓰고 편곡했고, 유능한 동료 연주자들과 그의 제자였던 보컬리스트 김진이 합류했다. 나는 그를 재즈 인사로 이해해왔지만 재즈 인사가 전혀 아닌 내게 긴 코멘트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재즈에서 약간 벗어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이원술을 비롯해 오정수와 이건민 등 빼어난 재즈 연주자들이 동참했지만 연주는 과잉을 몰랐다. 늘어지거나 난해하지 않아 담백한 조절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년 및 청년시절에 동경했을 들국화와 동물원을 비롯해 (약간 엉뚱하게도) 케이윌과 성시경 등 동시대 발라드 가수를 영감의 원천으로 설명하는 그는 진심의 전달을 앨범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떤 노래들은 직접 부르기로 했다. “일례로 ‘네가 베푼 세상에서’는 제가 부를 수밖에 없었어요. 진짜 고백의 노래이고, 고백의 대상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부르면 거짓말이 되는 노래였거든요.” 그 고백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데다 물어볼 주변머리도 없을 만큼 아직 우리는 별로 친하지 않지만, 호의와 칭찬마저 아끼는 서먹한 사이는 아니다. 솔직히 나는 권오경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속지를 보지 않고 먼저 음악을 들었다가 그가 하림을 섭외한 줄 알았다.
데일리 와인이라 이름 붙인 건 ‘반주’의 의미라 한다. 노래를 감싸는 연주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술과 밥을 함께 하는 그 반주다.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가볍게 기울이는 술 한 잔. 한동안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지키고 있었던 사진이 문득 떠오른다. 어느 주점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 속에는 이런 글이 담겨 있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그렇다고 술이 흥건한 음악은 아니다. 잠시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적당하게 곁들이는 한 잔에 가까운, 조금만 더 먹고 조금 취해볼까 여기서 중단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까를 망설이는 음악이다. 그는 매번 깊게 취할까 이제 그만 빠져나올까를 갈등한다. 그는 때때로 멜로디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는 매우 오랜 시간 재즈를 사랑해온 사람이다. 순조로운 코드로 전개하다가도 솔로가 시작되면 그는 재즈에 마음을 빼앗겼던 순간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진행은 경계한다. “재즈에서 아예 벗어날 수는 없고, 조금 더 쉽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발라드를 좋아하지만 거기엔 도식화된 흐름이 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재즈와 발라드를 엮여본 것이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