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아련한 순간의 이야기, 수줍게 다가오는 꿈의 조각들
국내 인디 팝의 기분 좋은 발견, 인디 팝 듀오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첫 싱글 ‘어디로 가려 했을까’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누군가는 ‘들국화’의 노래로, 또 누군가는 ‘어떤날’의 노래로, 어떤 사람은 순수하게 일요일 오후의 기억으로 맞이하게 될 이름, 오후만 있던 일요일. 조금은 생뚱맞게도 2008년부터 홍대 클럽 빵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오며, 2010년에는 고유의 음악성을 인정받아 KT&G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에 선정되기도 했던 인디 팝 듀오의 이름이다. 들국화의 음악보다는 많이 여리고, ‘어떤날‘의 음악보다는 많이 모던한 이들의 음악은 그 시절의 감성보다는 지금 현재 인디 팝의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들의 이름이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라는 것에는 음악적인 이유보다는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이야기하는 노랫말을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가사는 모두 한 순간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렇게 어떤 날, 어떤 순간의 기억을 노래하고 있는 인디 팝 듀오의 이름으로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라는 이름만큼 기분 좋은 이름도 없다.
[어디로 가려 했을까]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첫 싱글 곡의 제목이다. 첫 싱글이자 그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할 시작은 바로 꿈이다.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보컬, 건반 등의 악기가 쌓이며 서서히 점층되는 이곡은 꿈이 시작되어 꿈이 끝나갈 때까지의 기억을 고스란히 재생해내는데, 그 감정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모든 사운드와 노래, 가사까지 잘 정돈되어있다.
“피죤향이 가득한 이불을 덮고서 잠이들었는데, 꿈을 꿨어요.
이 곡을 쓸 때쯤 혼자 짝사랑하던 아이가 있었는데 꿈에 나타나서 저랑 손을 잡고 사뿐사뿐 춤을 추는거에요. 춤을 추다가 또 같이 달리기도 하고. 그러다 그 아이가 사라져버린거에요. 그래서 행복하지만 조금은 슬픈 꿈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곡이에요.“ – 김아리 ‘오후만 있던 일요일’
곡을 만든 멤버인 김아리의 곡 설명.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들이 꿈을 시작으로 또 어떤 순간으로 우리를 안내할지 기대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계절의 변화처럼, 시간의 흐름처럼, 우리의 순간들은 언제나 지나가버리고, 아련함과 아쉬움, 기억들을 남긴다. 그 순간을 기분 좋게 재생하며 우리에게 수줍게 손 내미는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마음과 음악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위로다.
이제 우리가 위로를 받는 일만 남아있다. 기분 좋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