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자의식, 불안과 신비의 작은 결정체.
"거울을 보면 무슨 표정을 하고 보게 되나요?"
그때 그때 다르다는 말이 정답이겠지만, 항상 기분 좋은 얼굴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소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 일들을 일일이 염두해두면 어느새 ‘나는 왜 이 모양일까’하는 자괴적이고 답 안 나오는 물음이 떠오르게 되고, 그다지 긍정적인 얼굴을 하고 있지 않는 거울 속의 나와 만난다. 그는 말한다. 왜 나에게는 아무도 선물을 주지 않는 거지? 누가, 나에게, 깜짝 선물을 주오. 너도 바보 같지만 달콤함을 맛 볼 자격이 있노라고. 불안한 세상이지만 그만큼 신비도 가득 차 있노라고.
스타리 아이드의 EP ‘미안한 사춘기’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다. EP 내 5개의 트랙은 신체적, 사회적으로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후에도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인가를 의심하게 되는 사춘기를 감기몸살처럼 주기적으로 겪으며, 모든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들을 달래주는 노래들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 모든지 가능할 것만 같아 우주청룡열차를 타고 마지막 혹성 끝에서 연주하기를 꿈꾸던 나날들의 밤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거나 (‘청춘의 밤), 멜랑콜리하고 변하지 않을 듯한 불만족스러운 현실속에서도 낙관적인 미래 혹은 미세하게 튀어나온 희망을 맹목적으로 꿈꾸게 하거나 (‘두더지’), 되풀이되는 멜로디 라인처럼 아련한 나날들의 오래되고 낡은 순정에 잠시나마 빠지게 했다가 (‘밤비’) 우습지만 소중하고 서글프지만 진실된 우리 자신을 충분히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노래한다. (‘미안한 사춘기’) 마지막으로 세상의 신비에 대한 환상과 불안, 낭만과 짜증스러운 분노를 드러내며, 이 모든 것이 사실은 거대한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사소한 농담일지도 모른다고 일축한다. (‘Area 51’)
음악적으로 스타리 아이드의 이번 EP는 10여년 동안을 이어온 밴드 역사의 중간 길목을 보여준다. 5곡이 들어있는 짧은 구성이지만, 최근 밴드의 스타일을 반영하는 곡을 하나하나씩 밀도 높게 담아내었다.
신디사이저의 상쾌한 상승감, 담백하고 섬세한 기타, 슈게이징 또는 포스트록의 질감에 미묘하게 어우러진 변칙적 드럼, 최근들어 좀 더 분명해진 무심하고 담담한 듯 하면서도 절절한 보컬, 전작앨범 [Sweet Night]의 포스트록 넘버 ‘Nasa’의 연장선상에 있는 ‘Area 51’에서 보여주는 매쓰록(Math-Rock)적인 면모 등은 그동안 갖춰온 다양한 음악적 모습에 더욱 성숙해진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