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히트곡들을 한 장에 담은 언더월드의 역사적인 앨범 UNDERWORLD: A Collection
사실 언더월드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해봤자, 이 음반을 집어 든 이들에게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베스트앨범이란, 그 밴드 혹은 뮤지션을 추종하는 팬들이 당연히 혹은 예의상 구입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반면, 언더월드란 이름을 수없이 들어봤지만 그 많은 싱글과 EP, 정규앨범을 모두 구입하기가 좀 망설였던 사람들이라면 이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을까?
가슴 철렁한 음악, Born Slippy
15년이 지나도, 아마 그 숫자에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해도,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트레인스포팅’에 흐르는 ‘Born Slippy’의 감흥은 끊임없이 기억되고 회자될 것이다. 영화를 안 봤다면 이 앨범에 빠지기 전에 영화 먼저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때로는 영상과 음악을 풀 세트로 봐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 여하간, 언더월드를 검색하면 꼬리처럼 따라오는 대표적인 히트곡들 중 ‘Born Slippy’는 빠트릴 수 없는 곡. 2003년에 발표한 이들의 첫 베스트앨범 [1992-2002 Anthology]에도 물론 수록되어 있다. 10년을 정리하는 기념앨범 형식으로 나왔었는데, 이 외에도 언더월드라는 이름을 굳건히 만들어준 주옥 같은 곡들, 예를 들면, ‘Jumbo’, ‘Two Months Off’, ‘Cowgirl’, ‘Pearls Girl’, ‘Mmm Skyscraper I Love You’ 등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들의 지난 20년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왔다. 바로, [A Collection]의 발매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인 것.
일렉트로닉/댄스 씬의 전설
오랜 동안 캐미컬 브라더즈, 프로디지, 다프트 펑크, 모비 등과 함께 일렉트로닉 씬을 움직인 대표적인 밴드로 추앙 받고 있는 언더월드는 80년대 초반, 화려한 데뷔는 꿈조차 꾸지 않은 에섹스(Essex)의 젊은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국이라면 아저씨라고 불리었을 50년대 태생의 칼 하이드 (Karl Hyde - 57년생)와 릭 스미스 (Rick Smith - 59년생)를 주축으로 1991년 대런 에머슨(Darren Emerson - 71년생)가 들어온 후, 언더월드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96년 4집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 99년 [Beaucoup Fish]의 성공은 이들을 새로운 반열로 올려놓았지만 밴드의 믹싱과 디제잉을 담당했던 대런이 나가면서 팀의 위기가 오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릭과 칼은 듀오(duo)로 언더월드의 위상을 다시 살리기 위해 노력, 마침내 ‘Crocodile’, ‘To Heal’의 싱글이 들어간 2007년 작품 [Oblivion with Bells]을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 이 앨범은 대런이 빠진 언더월드 앨범 중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아냈다. 2년 전에 나온 [Barking]은 스튜디오정규앨범으로는 최신 버전. 언더월드의 라이브공연에서 언제나 환상적인 레이저쇼를 동반하는 ‘Scribble’이 있다.
1시간 만에 언더월드 정복?
선곡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A Collection]의 16곡 넘버들을 보면 조금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Rowla'를 비롯한 'Push Upstairs', ‘8 ball’, ‘Ring road’, ‘boy boy boy’, ‘Holding the Moth’ 등이 빠져있어 조금 아쉬운 점이다. 이를 거뜬히 보충해줄 수 있는 트랙으로 ‘Cowgirl’ 라이브와 ‘Rez 2011’, 티에스토(Tiesto)가 리믹스한 ‘The First Note Is Silent’가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듯싶다. 특히, 이 곡은 강렬한 덥(dub) 사운드로 언더월드 베스트앨범의 오프닝으로 제격.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작업해준 ‘Beebop Hurry’, 영국의 실력파 디제이 겸 프로듀셔 마크 나이트(Mark Knight)와 D 라미레즈(D Ramirez)와의 코업 ‘Downpipe’도 꼼꼼히 들어보길 바란다.
한편, 작년 11월 이들은 [A Collection] 말고도 [1992-2012 Anthology] 앨범을 한 장 더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장의 CD로 구성된 앨범으로 언더월드의 일대기가 담긴 기념음반으로 작년 12월 이미 공개되었다. 뿐만 아니라, 올 여름 지구촌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할 런던 올림픽에서 이들이 오프닝 세르모니의 음악 디렉터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는 대니 보일 총감독과 함께 진행된다고. 노장들의 파워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