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EBS SPACE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특별상 수상
한국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구현한 밴드 잠비나이의 첫번째 정규앨범 [차연(Differance)]
기존에 실행되던 퓨전국악의 한계성과 음악적 고립성을 탈피, 전통음악 연주자로서 가지는 사고의 '재배치'를 통해 구현되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예술집단 잠비나이는 국악을 전공한
동창생들인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이 모여 이루어진 팀이다.
거문고와 딜레이 페달, 피리와 기타와 해금과 루프 스테이션, 이외에도 수많은 동서양 악기들이 이질적으로 맞부딫혀 이루어지는 이들의 음악은 전통과 탈전통, 정형과 비정형, 동양과 서양 같은 대비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어우러지는 기묘한 경험을 청자들에게 선사하며, 기존의 장르적 음악관에 대한 의문을 부여하고 있다.
2010년 8월 31일 첫번째 Ep를 발매하였으며, 프린지 페스티발 참가 후 두산문화재단과 프린지 페스티발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신인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 '프로젝트 빅 보이'에 선정 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창작국악 실험무대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선정되어 서울 아트마켓 팸스 초이스 주간에 공연하였으며, 2011년 문래예술공장 신인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 'MAP'에 선정, 2011년 EBS SPACE 공감 '7월의 헬로루키'에 선정, EBS SPACE 공감 '2011 올해의 헬로루키'특별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차연(Differance)] 오래된 미래, 혹은 새로운 과거의 청사진
실험적인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 잠비나이의 음악은 청자로 하여금 데자-뷔와 자메이-뷔를 동시에 떠올리게 만든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지만 어디서도 결코 들어본 적 없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듯 하지만 어디선가 필시 들어본 소리의 혼돈. 잠비나이의 익숙하고도 낯설고 낯설고도 익숙한 음악은 그래서,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소리의 통섭을 추구한 파격의 양상이 섣부른 예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그들은 상호대척적인 요소들을 대립시키고 화합시키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쩌면 자신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는 예측불허의 방식에 천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잠비나이의 음악은 온갖 대립적인 유전자들의 조합으로 가득하다. 국악과 양악의 결합이라는 거시적인 범주부터가 그렇다. 그 속에서 동양의 악기와 서양의 악기를 편견없이 중용한다. 어쿠스틱 현악기들인 거문고, 해금,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일렉트릭/일렉트로닉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현악기를 무시로 타악기처럼 활용함으로써 고유의 레가토와 특이한 스타카토를 병치시킨다. 요컨대, 잠비나이는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와 음악을 구현하는 도구의 기존성과 의외성을 극대화하여 대조시킴으로써 소리가 만들어내는 감성적 효과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하다. 그들 실험의 핵심은 방법론의 생경함이 아니라 그것이 자아내는 감성의 친밀함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잠비나이의 음악을 어떻게 지칭하느냐의 문제는 대수롭지 않다. 포스트 록? 아방가르드 포크?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음향에 숨을 불어넣어 음악으로 거듭나게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예술적 욕망을 기성의 개념으로 규정할 방법도 없을 뿐더러 규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을 통해 루이기 루솔로가 주창한 '소음의 예술'의 진의를 되새겨 보는 것으로 족하다. 잠비나이는 소리의 본질에 주목하는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음악가들이며, 소리가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새삼 숙고하게 만드는 실험가들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음악을 통해 오래된 미래 혹은 새로운 과거의 청사진을, 동양적 서양음악 혹은 서양적 동양음악의 이정표를, 전통적 현대성 혹은 현대적 전통성의 기념비를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박은석 (100beat 편집장,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