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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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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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웃을 수만은 없는 소설속 얘기야.
고등학교 졸업 후 곳곳을 전전해 가며 알바를 연거푸 했지만 부족했어 남자 하나, 여자 둘. 동생들 셋 둔 첫째이자 가장으로써 혼자서 감당하긴 벅찼어 벼락처럼 누워버리신 아버지 병실에 찾아와준 사람이라곤 달랑 자식 넷 계셨다면 하염없이 우실 어머닌 훨씬 전에 영원히 하늘보다 높은 곳으로 그전에 모아둔 통장의 잔액은 진작에 한차례 수술로 몰아준 탓에 눈물을 짜네 작디작고 여린 막내 동생은 저금통을 잡고 자꾸만 말해 배고프다고...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불쑥 꺼낸 천원 웃으면서 달려 나간 뒷모습에 처량해져 잘못은 없는데...몹쓸 현실이 못을 박은 동생들의 동화책은 벌써 녹슬어 버렸어 하느님은 하늘 위에 계신가요? 하늘에서 우릴 내려 보고 계신가요? 절벽으로 내몰리는 이 어린양들을 잡아달라는건 너무 큰 욕심인가요... 중학교 졸업 후 여러 날 방황해 가며 학업을 등진 후 누이 가슴에 못 박어 주변 불량 서클에선 어두운 유혹들 내 현실은 콘크리트 정글 환경 탓하긴 싫지만 아버지 빈자리가 너무 컸어 눈짐작 가능해진 앙상한 뼈마디가 차갑게 암시해 얼마 안남은 그 분의 시간 가냘픈 아버지의 환자복이 힘겹게 떨릴 때 누이의 통곡이 작지만 병실을 잔인하게 헤엄쳐 지독한 고통이 내 가슴에 내려쳐 견딜 수 없는 악몽의 끝자락 모든 걸 혼자 짊어진 그녀가 오늘 따라 어머니의 뒷모습을 닮았어 꼭 부둥켜안고 울고 싶어 난... 별 욕심 없이 바라던 내 소망과 (별똥별이 떨어질 때 빌은 소박한) 소원들 차츰 얼어 차갑게 (손 댈 수 없을 만큼 더 차갑게) 하나님은 하늘 위에 계신가요? 그럼 이런 시련도 하늘위의 계시인가요? 하느님은 하늘 위에 계신가요? 하늘에서 우릴 내려 보고 계신가요? 절벽으로 내몰리는 이 어린양들을 잡아달라는건 너무 큰 욕심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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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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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싸면서 조금씩 설렜던
사랑을 느낀 것이라 생각했던 스무 살 실은 그때 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조차도 몰랐어. 그녀를 쫓아서 달리다 미칠 땐 군대도 늦췄어 근데 미처 난 정작 소중한 걸 잊고 있었지 늘 한결같은 한사람 아버지 스물한 살 입대하던 날 버스터미널에서 웃음으로 나를 안아주실 때야 마르신걸 알았어 그때를 생각 하니까 눈이 좀 부셔 벌써 난 스물여섯 가로막고 서있는 현실의 벽 앞에서 한숨만 쉬었지 아버지 쉰여덟이 되신 건 잊고 있었으면서 꿈, 사랑. 막상 그 뒤엔 돈, 망상 그래도 곁에 날 지켜주는 건 부모님, 형제 한결 같은 것 사랑은 떠났고 이별은 쉬웠지 곧 다른 만남이 시작되었다가 사랑은 또 식고 미련만 남긴 채 모든 걸 떼어가도 필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도 있지 형이 먼저, 다음에 내가 잠시 살던 집속에서 탯줄로 밥 먹던 그때부터 매일을 그 어떤 누구보다 날 아껴준 사람 꼬마가 시장 따라갈 때 잡은 손가락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랑 어머니 아직도 난 그녀의 자랑 꿈, 사랑. 막상 그 뒤엔 돈, 망상 욕심과 배신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실로 아름다운 진짜 참된 사랑 일단 감사의 뜻을 전할께 당신덕분에 난 담대하게 맞서나가지 이 모진 세상에 현명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해 그대가 내게 세게 새겨놓은 가르침 따라 절대 부끄럽게 행동 안하지 그대가 세상에 남겨놓은 유일한 난 단 하나의 유산 피붙이야 가끔은 말없이 가버린 당신이 야속했지만 이미 죽음의 신이 모셔간 이상 난 현실에 눈을 떠 내속엔 더 이상 없어 나약한 물음표 희미해져가는 당신의 추억들을 잡고 난 최소한 그대 반만큼이라도 닮고파 내 가슴안의 변치 않은 영웅 그리워 그 서글서글했던 얼굴 꿈, 사랑. 막상 그 뒤에 금이 가는 환상 그래도 곁엔 날 감싸 안는 등불 부모님, 형제 내 뿌리 같은 분들 내 꿈의 변치 않는 후원자 그녀 명칭은 숭고한 세 글자 '어머니' 내 허물까지도 포근한 숨결로 감싸주셔 항상 희생만 자처하시며 내 등 뒤에서 늙어가 그녀 주름은 세월속의 훈장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날 보며 어루만져 내리 사랑으로 날 꼭 안아줘 따스한 봄의 미소를 지닌 여왕 예전 같지 않게 왜 허리 휘는 거야 이젠 내 어깨에 몸을 맡겨도 돼요 할미꽃처럼 굽은 허릴 내게 기대요 벌써 난 스물여섯 조여드는 현실의 넥타이 끈 앞에서 한숨만 쉬었지 어머니 웃음이 줄어드는 건 신경 안 썼으면서 벌써 난 스물여섯. 가로막고 서있는 현실의 벽 벌써 난 스물여섯. 가로막고 서있는 현실의 벽 꿈, 사랑. 막상 그 뒤엔 돈, 망상 그래도 곁에 날 지켜주는 건 부모님, 형제 한결 같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