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퍼퓸브랜드 루이비통프래그런스의 대표향수 FLOWER BY KENZO의 TV광고음악으로 전세계를 흔든 타이틀곡 “The Wanderer”를 포함한 12곡 수록!
예측할 수 없는 방랑, 달콤쌉싸름한 집시 팝. Jil Is Lucky - [Jil Is Lucky].
유럽 전역에서 2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데뷔한 프렌치 팝의 트렌드세터 Jil Is Lucky의 첫 국내앨범
Jil is Lucky는 프렌치 팝의 현재이다. - BSC News –
처음에는 특별할 것 없는 듯 하다가 마지막 곡이 끝날 때쯤이면 노래에 맞춰 춤추며, Repeat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 영국 유명 락 전문 매거진, - [Room Thirteen] -
예측할 수 없는 방랑, 달콤쌉싸름한 집시 팝. Jil Is Lucky [Jil Is Lucky]
사실 알고 보면 지금은 글로벌하면서도 지역성을 적당히 담보한 보편적 음악을 쉽고 신나게 변주하는 밴드의 차분한 르네상스다. 댄스, 전자음향, 필살 가창력, 나사 하나까지 계산된 듯한 비주얼 등에 질리고 질린 21세기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자연주의자들인 셈이다. 잘 사는 건 고사하고 지구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 음악은 판타지나 무기가 아니라 한 끼 끼니가 되도 좋고 디저트가 되기도 하는 일상의 양식이다. 그리고 1970년대 청년문화로의 복고를 주창하지 않아도 털털하고 인간미 넘치되 적당히 시크하게 시류와 상관없이 제 갈 길 가는 아티스트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아울러 앵글로색슨 순혈들의 뽀얗고 맥빠진 사랑타령 또한 지나가고 동서를 넘나드는 여행자거나 이민자의 후손인 노마드들의 이야기가 더 와 닿는다. 현대의 뮤지션들은 (본래 그러했지만) 점점 집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 한 예를 적는다. 질 이스 럭키 Jil Is Lucky.
보편적인 팝과 월드뮤직 사이 꼭짓점을 밟고 있는 핑크 마티니Pink Martini나 남들보다 더 일찍 세상을 떠돌며 스스로 집시의 길을 떠난 미국 청년의 밴드 베이루트Beirut, 그리고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에 참여했던 프랑스 집시스윙밴드 레 쥐 느와Les Yeux Noir가 떠오른다. 음악 색깔이나 스타일은 다르지만 왠지 ‘태도’가 비슷해 보인다. 질 이스 럭키Jil Is Lucky의 면모는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투박함과 무소유의 행복을 추구하는 떠돌이의 고독, 샌프란시스코나 파리 광장 버스커들의 흥이 섞여 있다. 기본적으로 게으른 무정부주의자들의 감성을 바탕에 깔고도 중산층이나 상류층의 허세와도 잘 어울릴 만한 여유와 포용력이 느껴지는, ‘느슨함과 흥’이 이들 음악의 매력이다. 바이오맨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포즈를 취한 커버 이미지는 다섯 멤버들의 상징적인 아이덴티티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데, 무슬림, 그리고 교황, 힌두교도, 유대교도(가운데 서 있는 질의 발 모양은 마치 8-9번째 메노라Menorah-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축하하며 밝히는 7갈래 촛대-를 뜻한다)의 모습을 하고 각자의 종교와 무관하지 않은 음악세계의 절묘한 융합을 상징하며, 부클릿 안에 등장하는 여러 상징들도 비슷한 영감과 상상을 제공해준다.
각자의 출신지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프라하의 게토 어느 카페에서 수수께끼 같은 재주꾼 뮤지션 질Jil의 원심력에 걸려든 밴드 멤버들(Supershneider, La Vega, The Streamroller, The Black Rabbi)과 함께 이들은 알제리, 인도, 안데스, 모든 유럽을 방랑하며 제 갈 길을 음악지도 위에 그린다. 기본적인 동력은 그 방랑 본능과 자유다. 즉흥적이고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차분하게 이들이 그리는 풍경을 음미하면 밀고 당기며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세상여행이 보인다. 그리고 행로를 정하지 않은 여행에서 만나는 시장통의 절묘한 내음이 당기는 허기마저 불러일으킨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툭툭 일어나는 감정과 리듬을 잡동사니 가게에서 파는 팔레트 같은 변화무쌍한 하모니에 담으면서. 'Judah Loew's Mistake' (트랙 4)에 그 경쾌한 흥과 쓸쓸함이 같이 있다. 색소폰, 만돌린과 기타, 바이올린, 아코디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만드는 기승전결은 마치 한 편의 B급 집시 영화처럼 진하게 왔다 간다.
모처럼 시골길을 연상케 하는 ‘I May Be Late'(트랙 6)은 흡사 C.C.R.을 떠올리게 하는 일렉트릭 트윈 기타의 투박한 복고적 리프가 정겹고 옛 히피들의 분방함을 연상케 한다. 처연한 유대 집시들의 클레즈머 풍 바이올린 솔로 인트로가 주의를 끌어잡는 ‘The Wanderer'(트랙 7)는 질 이스 럭키의 색깔을 상징하는 포크 록 넘버로 낡은 완행열차를 타고 가는, 혹은 터덜터덜 이방의 거리를 걷는 젊은 집시의 분방한 여정이 펼쳐진다. 집시 스윙과 포크 록을 절묘하게 믹스한 이 곡을 흥얼거리며 듣고 나면 잠자던 여행병이 기어나와 나도 모르게 괴나리봇짐을 챙기게 될지도 모른다.
전형적인 영미 포크 스타일의 Without You'(트랙 8)는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와 현 위에서 혼자 떠나는 길을 읊조리는 노래가 나른하고 자유롭기만 하다. 자유롭지만 고단하기도 한 여정의 백일몽처럼 스쳐가는 간주곡 ‘Paolo Majora Canamus'(트랙 9)에 시나브로 이어지는 단정한 체임버 팝 스타일의 ’Don't Work‘(트랙 10)는 들뜬 여정 뒤의 페이소스가 엿보인다. 특히 "Five Weeks In A Year, Is Like A Second In A Day(일 년에 5주뿐이라는 건 하루 중 몇 초만 살아 있는 셈...)"라는 가사는 현대인에게 일탈이나 다름없는 5주간의 유급 휴가를 노래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소외되어가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들의 도발을 담고 있어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The Wanderer' 못지않은 강한 파장이 담긴 ‘Supernovas'(트랙 11)은 구운 돼지고기 조각에 카라멜에 적신 빵부스러기를 묻혀 내놓은 상하이 교외에서의 요리처럼 달콥쌉싸름한 인생의 아이러니를 유려한 스트링 앙상블 위에서 노래한다. 마치 우주의 명멸하는 별을 구도하듯 심원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질 이스 럭키의 끝나지 않는 여정의 제1막을 닫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