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붕가붕가레코드 대형음반 시리즈 No. 8 Achime 《Hunch》
Achime은 모호하다. 무대를 종횡무진 하는 록커의 에너지, 달콤한 멜로디로 유혹하는 팝 가수의 대중적 감각,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아티스트의 자기 확신, 이런 자질을 모두 다 갖고 있긴 하다. 그런데 딱히 이렇다 정의하기는 어렵다. 듣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대중적 감각의 멜로디와 강렬한 에너지 사이를 오가는가 싶은데 어느새 신발 끝을 쳐다 보며 포스트록이니 익스페리멘탈이니 하는 난해한 차원으로 들어가 버린다. 분명 자기들 음악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버릇처럼 “록 음악은 시끄러워서 싫다.”는 걸 보면 빈틈없이 확고한 무언가는 아니다. 요컨대 이도 저도 아닌 것이다.
“가사와 편곡만 바꾼 것 같은 시끄러운 노래들이 열 몇 곡 연달아 들어 있는 그런 음반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Achime이란 밴드가 할 수 있는 모든 음악들, 모던록에서 포스트록, J-pop, 로-파이 포크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을 일관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모두 들려주고 싶었다. ‘밴드라면 자기 색깔이 확실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록은 시끄럽기만 하고 다 똑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두 납득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Achime은 특별하다. 이도 저도 아니라서. 일정한 스타일을 가지지 않았지만 일관적이다.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이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이다. 그리고 비관적이면서 동시에 낙관적이다. 흔히 공존할 수 없다 여겨지는 모순적인 요소들이 이 밴드 안에서는 공존하고 있다. 논리의 영역을 벗어난 현실의 영역에선 오히려 모순적인 존재 방식이 더 자연스럽고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것이야말로 특별한 자질인 것이다.
“음반 제목인 hunch는 ‘예감’ 혹은 ‘직감’을 의미한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래를 눈앞에 두고,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담고 싶었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직관적인 것들, 현실주의자들은 부정하는, 하지만 때로는 세상을 바꾸기도 하는 그런 낙관적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Achime은 괜찮다. 2009년의 데뷔 EP 《거짓말꽃》 이래 신인 밴드로서는 주목할만한 그들의 이력, 그리고 ‘인디 음악계의 기대주’라는 세간의 평가는 괜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네 곡의 미니 앨범으로 제시했던 단초는 열 한 곡의 정규 앨범에 이르면서 보다 깊어지고 발전했다. 이와 같은 성장이 오롯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 이들의 첫 정규 음반 《Hunch》다.
“음반을 듣는 모든 이들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화려한 소리나 유려한 가사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넘어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비꼴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우리의 솔직한 바람이다.”
아무쪼록 그들의 바람에 가능한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붕가붕가레코드가 제작한 여덟 번째 제작한 정규 음반으로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음반에 참여한 바 있는 김형채가 녹음 및 믹싱을 맡았고 붕가붕가레코드의 음반 대부분에 참여한 김기조가 이번에도 커버 디자인을 맡았다. 음반 혹은 밴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www.bgbg.co.kr)나 Achime 공식 커뮤니티(club.cyworld.com/achime)에서 구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