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A | ||||||
---|---|---|---|---|---|---|
1. |
| 1:58 | ||||
2. |
| 2:53 | ||||
돌아가야 한다.
해마다 나고 죽은 풀잎들이 잔잔하게 깔아놓은 낱낱의 말을 들으러 피가 도는 짐승이듯 눈물 글썽이며 나를 맞아 줄 산이며 들이며 옛날의 초가집이며 붉게 타오르다가는 잿빛으로 식어가는 저녁 놀의 울음 섞인 말을 들으러 지금은 떨어져 땅에 묻히었으나 구름을 새어나오는 달빛에 몸을 가리고 어스름 때의 신작로를 따라나오던 사랑하는 여자의 가졌던 말을 그러면 나이 먹지 않은 나의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나를 받으며 커단 손바닥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잊었던 말을을 모두 찾아 줄 슬픔의 땅, 나의 리야잔으로 |
||||||
3. |
| 2:29 | ||||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날의 할 말을 마치고 늙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獨白)의 연습도 마친 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깊은 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寂滅)을 촛불빛에 풀리는 나직히 습한 악곡들을 겨울 침상에 적시이게 해다오 새벽을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 가슴저려 가슴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이 깊을수록 삶의 달갑고 절실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 시절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 못쓸 유언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은 일임을 이 또한 적어두게 해다오 눈오는 날엔 눈발에 섞여 바람부는 날엔 바람결에 묻어 땅끝까지 돌아서 오는 영혼의 밤 외출도 후련히 털어 놓게 해다오 어느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 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다오 |
||||||
4. |
| 1:37 | ||||
5. |
| 2:34 | ||||
언젠가 물어 보리
기쁘거나 슬프거나 성한 날 병든 날에 꿈에도 생시에도 영혼의 철사줄 윙윙 울리는 그대 생각 천번 만번 이상하여라 다른 이는 모르는 이 메아리 사시사철 내 한평생 골수(骨髓)에 전화 오는 그대 음성 언젠가 물어보리 죽기 전에 단 한번 물어보리 그대 혹시 나와 같았는지를 |
||||||
6. |
| 2:54 | ||||
덥기로 이름난
이 내륙의 도시는 오늘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종일 선들바람만 불어대고 있다 친구의 부음을 들은 지 일주일 추석의 혼잡을 넘기고 찾아온 이거리를 남은 친구들과 걸어가노라면 그 친구도 함께 걷고 있어 그 쭈삣한 어깨가 이따금 내 어깨에 부딪는 것만 같다 만 사십 칠 년의 그의 생애란 이곳의 찌는 듯 한 더위와도 같았다 유난히 파란 많고 괴로웠던 길지도 않은 그의 생애가 그러나 그와 가까웠던 우리에겐 지금 선들바람 부는 오늘의 날씨와도 같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백 십 육 만의 인구가 산다는 이 도시의 중심가가 오늘따라 텅 빈 것만 같고 걸어가는 우리도 어쩐지 선들바람처럼 허망하기만 하다 그래도 우리는 그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웃음도 웃는다 수척할대로 수척했다는 그가 마지막으로 겪은 더위가 가시면서 그의 삶은 끝이 난 것 이다 낯 익은 북쪽 산마루가 구름에 가리운 채 영영 그가 떠나버린 이 내륙의 도시- 올핸 유난히 일찍 생량이 되나 보다. |
||||||
7. |
| 3:03 | ||||
한 마리 새
날아오면서 뚫어 놓은 하늘의 파이프로 머나먼 곳의 노래 여울져 온다 새, 나처럼 외로운 이가 날려 보냈을 낯선 새여 새는 한 바퀴 머리위를 맴돌아 가라앉은 가슴 물보라로 솟게 하는 머나먼 곳의 분수 혹시나 새의 주인이 날 닮지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한 마리 새 나도 새가 되어서 막힌 것을 뚫는 새가 되어서 노래만이 아니라 엉킨 것도 푸는 고마운 새 되어서 불타는 산속도 뚫어 가면서 불 붙은 날개로 사라지면서 |
||||||
8. |
| 3:45 | ||||
9. |
| 1:54 | ||||
10. |
| 2:08 | ||||
11. |
| 4:14 | ||||
12. |
| 2:45 | ||||
13. |
| 2:07 | ||||
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어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 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金)줄 뻗치는 별빛을 지하로 지하로 부어 내림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 보아라 나무들의 사랑을 보아라 머잖은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남게 될 일을 이들은 알고 있어 알고있어 알고 있는 깊이 만큼 사랑하고 있어 |
||||||
14. |
| 2:08 | ||||
15. |
| 2:08 | ||||
16. |
| 2: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