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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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상정사(草上精思)
-이형기 시 풀밭에 호올로 눈을 감으면 아무래도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다. 연못에 구름이 스쳐가듯 언젠가 내 작은 가슴을 고이스쳐간 서러운 그림자가 있었나 보다. 마치 스스로의 더운 입김에 모란이 뚝뚝 져버린 듯이 한없이 나를 울리나 보다. 누구였기에 누구였기에 아아 진정 누구였기에...... 풀밭에 호올로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단 한 번 만난 사람을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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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2:48 | ||||
♣ 부활의 아침
-서정주 시 내 너를 찾아왔다. 수나(叟娜)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 마닥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수나. 이것이 몇 만시간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눌만 남드니, 매만저볼 머릿카락 하나 머리카랏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 ---- 촛불밖에 부흥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 천 린지. 한번가선 소식 없든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 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터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볓에 오는 애들. 그 중에서도 열아홉살 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드러 앉어 수나 ! 수나 ! 수나 !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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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2:45 | ||||
♣ 나 목
- 이 유경 시 나목가지 속으로 시간이 몰입돼 간다 잔잔한 바람에도 뿌리째 뽑히는 그것은 내가 의식 못하는 내 자아다 가지에서 뿌리로 흐르는 목덜미에서 항문으로 빠지는 시간의 톱날에 내 자아는 해체 된다 문득 그 가지를 꺾어 보았는가. 거기에 넘치던 수액을 비쳐 보다가 응결하는 자아의 아픔을 반화하면서 생명의 잔인함을 체험 한다 <다 계절 탓이지> 살아있는 아무도 없는 비탈에 눈이 쌓이고 발목이 잠기고 시간이 가지에서 빠져나와 하얀 눈이 되어 기침한다. 춥고 배고픈 나목의 말단에서 바람이 걸인처럼 서성댄다. 내 자아는 자꾸 피를 머금고 죽음의 비탈은 살아 있는 이층 슬라브 위로 쏟아진다. <다 계절 탓이지> 나목이 살해 되었다 수채화 속에서가 아니다. 스팀이 있는 빌딩에서 내려다 본 한 길에서 연탄가스에 질식 되었다 피에 젖은 자아 위로 시간의 톱날이 쓸며 가고 세찬 바람이 텅 빈 가지를 접수한다. 쓰러진 나목 곁에 나 혼자 서 있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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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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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3:04 | ||||
♣ 수(繡)의 비밀
- 한 용운 시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深衣)도 짓고, 포도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 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이 아프고 쓰런 때에는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은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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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 1:52 | ||||
♣ 임 오시던 날
- 노천명 시 임이 오시던 날 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 그도 저도 아니오이다. 그저 자꾸만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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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 2:57 | ||||
♣ 체 념 ~^*
-김달진 詩 봄 안개 자욱히 내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다룰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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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4:40 | ||||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시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게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 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魂)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무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집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봄이 가득한 들판을 걸으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노래한 시다. 이상으로서의 조국 해방에 대한 염원과 일제의 압제라는 상반된 상황의 현실에서 느끼는 시인의 아픔이 마지막 연의 “다리를 절며”라는 표현 속에 담겨져 있다. * 지심 : 눈밭에 난 잔풀 * 삼단 : 숱이 많고 길이가 긴 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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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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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비밀
- 양주동 시 님은 내게 황금으로 장식한 적은 상자와 상아로 만든 열쇠를 주시면서, 언제든지 내 얼굴이 그리웁거든 가장 갑갑할 때에 열어 보라 말씀하신다. 날마다 날마다 나는 임이 그리울 때마다 황금상을 가슴에 안고 그 위에 입맞추었으나. 보담 더 갑갑할 때가 후일에 있을까 하여 마침내 열어보지 않았노라. 그러나 어찌알았으랴, 먼―먼 후일에 내가 참으로 황금상을 열고 싶었을 때엔, 아아! 그 때엔 이미 상아의 열쇠를 잃었을 것을. (황금상―그는 우리 임께서 날 버리고 가실 때 최후에 주신 영원의 비밀이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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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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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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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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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
- 정한모 詩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며 가볍게 가을을 날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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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4:28 | ||||
♣ 바 람
- 정공채 시 1 내가 바람을 잡아, 바람을 피웠을 때 주위의 사람들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였지 나의 아버님은 안경을 쓰시고 말았지 내가 캬바레에서 검은 구둣발로 놀아난 날 내가 살롱에서 빨간 술에 담배만 피운 날 숨가쁘게 청춘의 빨간 차표를 손에 들고 있었던 날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주던 당신 당신이 없어서 그럴까 그래서 전원으로 돌아갈 푸른 차표 대신 아직도 나의 손에 빨간 차표를 들고 있는 것은... 2 새가 아침에 지저귀듯이 바람이 현재 나무에 앉았다 꽃이 피었다 내일 아침에도 저 새가 죽지 않으면 새는 또 내일을 울리라 바람도 내일 미래의 나무에 새처럼 앉으면 그 미래의 나무에 꽃이 피리라 기막히게도 과거의 나무에 꽃이 피어있다 까맞이게 타버린 고목에 바람이 앉으니까 기막히게도 과거의 나무에 꽃이 피어있다 3 인생은 바람을 배우는 기각 바람 속에 나서 아이가 바람 속에 어른으로 익어가다가 바람 속에 죽어 가는 기간 요절도 긴 긴 백년도 바람이 주는 자유 인생은 바람을 조금만 마시다 쬐꼬맣게 바람을 습득하다가... 4 질서를 기다리며 영겁을 불어올 바람의 창고는 머언 원시림인가 아직 보지는 안했으나 아득히 계시는 신이랄까 아름다운 장미랑 이름 없는 들꽃도 말없이 조용하게 생성시키는 신이 자물쇠를 열고 보내시는 바람의 무궁한 창고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5 허무는 없어도 바람은 있으리라 오히려 내 사랑은 죽어가도 바람은 있으리라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빨간 기억은 어차피 한 세상만 있다가 지워지리라 창세기에 일어났던 바람아 하늘과 파도와 땅이 마르고 닳도록. 자연의 문아 바람을 보내시어 당신과 나의 무덤을 지우고 우리의 쓸쓸한 비문도 지우시고, 그 자리에 바람의 통로가 열려 있으리라 바람의 통로만 열려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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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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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 천
- 서정주 시 내 마음 속 우리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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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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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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