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천재 가타리스트 키스 크로스의 활화산 같은 기타 연주가 담긴
브리티쉬 하드록 굴지의 명반(T2)
지금의 음악이란 어떤 의미로 우리 주변에 자리잡고 그 리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허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예 전의 상업주의 음악은 그래도 나는 상업적인파..' 하며 미안 한 느낌이라도 가됐었다. 이제는? 자본의 논리와 그 영향력 은 이제 거시적으로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교묘하고 복잡해졌 다. 예술은 이제 과연 예술인가? 음악은 이제 과연 음악인가? '작가'가 사라진 지금, 우리가 그나마 지키고, 그리고 당연히 받아들였던 예술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지 않는 한, 이제 예 술이라 불릴만한것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전 젊은이들이 게릴라전으로 행하던 문화운동들, 그 해 방의 몸짓. 지금, 여기에서 판단해 보건데 이컨 완전히 K.O 패다. 하지만 더욱 더 우울한 것은 지금 우리는 패한 사실도 모르거나 혹은 그것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60년대 말 미국, 그리고 70년대 영국의 우리 '동지'들이 남긴 그 항 거와 사랑의 외침은 지금까지도 남아 우리에게 가끔씩이나마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모더니즘 작품보다도 훨씬 더 강 력하게 그리고 쉽게, 효과적으로 '이상' 을 환기시킨다. 하지 만 슬픈 사실은 이러한 효과도 이제 그 수명이 다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동생들, 혹은 아들들은 이미 완 전히 변해 버린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 렇다. 이제 이 작품들이 단지 박물관적인 의미로만 보관될 날도 멀지 않았다. 죽어가고 있다.
태양처럼 강렬하게 때로는 봄철 아지랑이처럼 부드럽게 우 리를 감싸는 소리 '브리티쉬 록' 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 다 그런 생각이 든다. 영국의 아트록이라면 우리에게 일반적 으로 알려진 슈퍼 그룹들, 예로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E.L.P. 그리고 예스만이 있는 줄 알았던 필자에게 브리티 쉬 하드록과 포-록의 음악세계는 새로운 별천지를 찾은듯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들을 단순히 하드록이나 퍼크록으로 구분하기에는 사실 많은 무리가 따른다. 일반적으로 구분되 는 하드록의 구성과 소리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작 품의 작가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방법과 생각을 가지고 작 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 록 매니어들 사이에 서는 당시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와 발굴이 활발히 이루어지 고 있으며 그 결과 많은 작품들이 CD나 LP로 재발매되어 당시의 음악을 사랑하는 매니어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하 지만 당시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이 그야말로 비처럼 쏟아졌 기 때문에 그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T2의 "It'll All Work Out In Boomland"도 마찬가지여서 높은 완성도와 충실한 내용으로 인하여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작품이 지만 그만큼 비싼 댓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이 앨범을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작품도 브리티쉬 록 재발매 붐에 편승 하여 CD로 발매되고 마는데, 이 CD에는 세가지 종류가 있 다. 가장 먼저 발매된 것은 브리티쉬 록 명반들을 전문적으 로 재발매하는 SPM레이블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에는 보너 스 트랙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 다음은 일본 Edison에서 나온 것이고 이에 이어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은 SPM레 이블에서 다시 발매된 것으로 여기에는 BBC라이브 연주가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것들을 국내 에서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수입되었다 할지라도 지 극히 소량이었기 때문에 많은 국내 애호가들의 갈증은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번 시완 레코드의 브 리티쉬 록 시리즈중 하나로 재발매되어 이제 많은 이들이 손 쉽게 그들의 훌륭한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 인다.
T2는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기타리스트 Keith Cross와 그룹 Gun출신의 드러머 Peter Dunton,그리고 그룹 Bulldog Breed에서 활동하던 베이스 주자 BernadJinks의 트리 오 편성으로 1970년 초에 결성된다. 그들은 이후 일주일간 의 리허설을 끝내고 런던 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다.
세번째 라이브 공연에서 클럽은 만원이 되고 당시 그곳 에는 네개의 메이저 레코드 회사와 세개의 TV및 라디오 프 로듀서들이 그들의 모습을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Decca레코드와 계약을 하고 본작을 발표하게 된다.
톱 트랙에 바늘을 올려 놓자마자 활화산 같은 기타의 굉음 이 울려 퍼진다, 바로 'In Circles"의 도입부이다. 계속되는 키스의 기타 연주는 매우 공격적이면서도 여성적이다. 23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속도감과 정확한 리듬감 각,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곡을 구 성하는 센스이다. 더불어 키스의 기타연주가 보여주는 풍부 한 연출력은 어떻게 하면 하드록이 긴장도를 잃지 않으면서 우아한 면모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시작되는 'J. L. T.'에서 우리는 T2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련히 들려오는 멜로 트론 소리와 몸을 따뜻이 감싸는 듯한 피터의 보컬은 이 곡 을 더욱 고급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준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이 곡을 들으면서 심포닉 록과 유사한 그 무엇을 느꼈을 것 이다. 바로 그것은 이 곡의 후반부가 전형적인 심포닉 록의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드라마틱함 이 다.
다음곡인 'No More White Horses'는 그들의 탁월한 곡 센스를 더욱 더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전체적 으로는 반복적인 긴장-이완의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 간중간 다른 전개와 소리로 인해 그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균형과 대칭의 아름다움으로써 자리잡고 있다. 역시 예 의 현란한 기타 연주와 함께 등장하는 브라스 연주는 소리 공간을 확장시키고 곡에 볼륨감과 윤기를 더해준다. 이완 부 분에서의 보컬은 가을날 높고 푸른 하늘을 연상케 한다. 하 드록에서 느끼는 '우수' 다른 작품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들만의 매력이다.
다음곡인 'Morning'은 21분이 넘는 대곡임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에게 전혀 지루함을 주지 않고 21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곡에 몰입하게 만든다. 다른 아트록의 경우 이 정도의 대곡은 한 콘셉트하에서 몇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단 한번으로 승부를 걸었고 그러한 시 도는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세번째 곡을 확장해 놓은 것 같 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극적인 긴장도는 이 곡이 더 뛰어 나다. 특히 긴장의 상승과 절정에서 그 긴장도를 유지하기 위한 변화의 기교가 눈에 많이 띄는데 물론 사용하는 소리는 다르지만 이것은 예스의 전형적인 방법론으로 드럼의 역할이 다른 곡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된 CD'는 1970년 그들의 첫번째 BBC라이브중 수록된 것으로 여기서 보여주는 키스의 '활화 산 기타 연주는 라이브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의 그것보 다 오히려 더 빛을 발휘하고 있어 그가 라이브에도 뛰어난 실력파 뮤지션이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당시 Marquee Club이나 대학가등을 순회하며 공연하던 그들을 본 많은 이 들은 당시 겨우 17세에 불과한 키스의 놀라운 기타 연주에 감탄하여 그를 제 2의 에릭 클랩턴으로 치켜 세우기도 하나 이것이 어린 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여 결국 그룹을 탈퇴 하는 계기가 된다. 이윽고 베이스 주자인 Bernard Jinks가 그를 따라서 그룹을 탈퇴하게 되고 흘로 남은 Peter Dunton 은 새로운 뮤지션들과 함께 순회 공연을 행하는 등 T2의 재 기를 위하여 노력하나 T2는 결국 해산하고 만다. 이 작품은 다른 브리티쉬 하드록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하 드록이 아닌 여러 스타일이 혼합된 것이다. 하지만 그 흔합 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이 작품을 '고급 하드록' 의 명 반으로 만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아마도 그것 은 17세 천재 기타리스트 키스 크로스의 탁월한 곡 감각과 가공할만한 연주 기량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