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 대중 음악상 “올해의 신인” 수상, 로로스!
로로스가 돌아왔다. 첫 싱글 「Scent of Orchid」(튠테이블, 2007)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내보이며 주목 받기 시작한 이들은 데뷔작 「Pax」(튠테이블, 2008)를 통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어 각종 페스티벌에 참가해 폭발적인 라이브를 선보이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포스트록 밴드로 자리잡은 로로스는 2009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수상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 음악계의 귀한 보석으로 공인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발매되는 로로스의 신작 「Dream(s)」(튠테이블, 2009)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소포모어로서의 고민과 부담이 있었을 법도 한데 이들은 오직 자신들의 음악적 의지만을 믿고 감각만을 따랐다. 그 뚝심의 성과물이 바로 「Dream(s)」이다. 30여분에 걸쳐 꿈을 테마로 삼아 펼쳐지는 세 편의 웅장한 드라마 「Dream(s)」는, 만족을 모르고 내달리는 이 6인조의 거침 없는 행보를 유감 없이 보여줄 것이다. 참 장하다. 2006년 수줍게 등장해 척박한 환경을 스스로 개척하며 끝없이 모범 사례를 만들어온 로로스! 그들의 새로운 꿈이 담?
?이 멋진 앨범! 이제 우리는 흐뭇한 마음으로 꿈꾸기에 동참하면 된다.
? 튠테이블 무브먼트
천리안, 혹은 천국의 가장자리
보이는 소리, 들리는 꿈, Loro’s 로로스 EP - Dream(s)
광고에서야 죽자고 떠들어대지만 see the unseen, 그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권능인 동시에 사실상 대담한 사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눈앞에 마주한 현실이 두께 몇 백 센티의 강철벽처럼 거대하고 답답하다면 우리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더 이상 보지 않으려 든다.
그러나, 그렇게 속절없이 암흑이 펼쳐질 때에도 누군가는 그 암흑 속에서 조금씩 꿈을 꾸는 법. 일장춘몽이 달리 달겠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권능인 동시에 대담한 사기다. 그런데 이 노래들은 대체 뭔가. 정말 제대로 된 사기를 치려는 걸까. 흔히들 주워섬기는 ‘시네마틱 사운드’라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공감각을 함의하고 있다지만, 정말로 소리를 눈으로 보여주는 일은 글씨에서 색깔을 본다던 랭보 만큼이나 독창적이거나, 아님 미친 짓이리라. 그럼에도 이 친구들 로로스가 꾸는 꿈은 대담하게도 총천연색이다. 그 색들은 뚜렷하진 않아도 사뭇 성큼성큼 지평을 넓혀나간다. 거인의 보폭마냥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무한히 재생되는 동선을 만들어 스스로 전진한다. 그리고 비정형으로 파도 친다.
우리가 한때 들었다고 믿었으나 사실은 목격한 게 맞는 이 음들은 눈을 감아도 멈추지 않는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영화의 사운드트랙, 천국과 지상이 맞닿은 미세한 틈 사이, 영원을 잡은 것 같았던 찰나의 기억, 분출, 흩어짐, 여운, 상처, 독백, 목탁 구멍 속의 칠흙 같은 어둠(과 빛의 갈마듦), 너의 뒷모습, 너의 유령, 네 눈 속에 비친 별 그림자, 그 모두를 흡사 계속 그림이 변하는 마법의 주마등처럼 혹은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돌려/들려준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커다란 꿈의 서사시는 이 자체로 하나의 작은 삼위일체를 이룬다. 그리고 분명히, 우리 앞에 놓인 어떤 장면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그리트의 화폭처럼 계산된 혼돈일 수도 있고 아직 쓰이기 전인 고전일 수도, 아예 완전히 텅 빈 무(無)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의 소리를 듣는, 천국의 끄트머리에 가 닿는, 당신의 미래를 점칠.
어느 쪽이든, 로로스의 음악은 계속해서 공간을 상기시킬 것이다. 듣는다고 생각하나 실은 보게 해줄 것이다.
로로스는 이 장면을 끝으로 동면에 들어간다. 꿈은 여기서 잠시 멈춘다. 빅 슬립. 롱 드림(스). 그리고 굿 바이. 암전.
- 글: 성문영 .... ....